최근 비행기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행기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생존 확률을 높이는 대처방법을 알아보자.

흔히 비행기의 뒷자리에 앉는 게 생존율이 높다고 한다. 2007년 미국의 파퓰러 메카닉스는 1971년 이래 미국에서 일어난 20건의 비행기 추락사고를 조사했다. 이들은 비행기 좌석을 네 구역으로 나눈 뒤 각 구역의 생존율을 구했다. 그러나 20건 중 11건의 사고는 뒷좌석에 앉은 승객의 생존율이 확실히 높았다. 11건 중에서 특히 7건은 가장 뒤에 앉은 승객이 유리했다.

이번에는 충돌 실험.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멘터리는 비행기가 충돌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먼저 비행기의 앞바퀴가 부러지면서 동체 충격으로 조종석과 객실 앞쪽 부분이 통째로 뜯겨나간다.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니 비행기 가장 앞쪽의 더미(충돌실험용 인형)가 받는 힘은 12G(Gravity·중력)에 달했다. 날개 부근에 앉은 더미는 8G, 꼬리 쪽에 앉은 더미는 가장 적은 6G의 힘을 받았다. 뒤쪽에 승객이 탔다면 걸어서 비행기를 탈출할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이것은 비행기가 앞부분부터 부딪쳤을 때 이야기다. 지난번 아시아나 214편 여객기 사고처럼 뒤쪽부터 부딪쳤다면 오히려 앞쪽이 안전할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가 앞쪽부터 부딪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뒤쪽이 좀 더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는 게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비행 자료를 기록해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블랙박스가 있는 곳이 바로 비행기의 꼬리다.

아무리 충격을 적게 받는다고 해도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면 소용이 없다. 아시아나 214편 사고에서도 승객이 비행기 밖으로 튕겨나가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비행기 충돌 때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면 안전띠를 매고 '브레이스 포지션'(Brace Position)을 취해야 한다. 이는 두 손을 깍지 낀 채 머리를 감싸고 팔을 앞좌석 등받이에 붙이는 자세다. 앞에 좌석이 없는 경우에는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감싼 뒤 머리를 무릎에 대면 된다.

추락한 비행기가 멈췄을 때 다행히 움직일 수 있는 상태라면 재빨리 밖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연기가 나고 있다면 몸을 숙이고 움직여야 한다. 90초 이내에 모두 탈출해야 하는데, 이른바 '90초 규칙'이다. 추락한 뒤 화재가 발생하고 90초가 지나면 불이 서서히 타다가 산소가 공급되면서 선실 안이 일순간 화염에 휩싸이는 '플래시오버' 현상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솔직히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승객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좌석을 마음대로 골라 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앞부터 부딪칠지 뒤부터 부딪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결국 응급상황에 대비해 훈련을 받은 승무원들의 지시에 따라 모범 교본대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생존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비행기에 탈 때 비상구 위치를 확인해두고, 산소마스크와 구명조끼 사용법을 숙지하며 사고가 예상될 경우 브레이스 포지션으로 대비하는 것이다.

몇 가지 쓸모있는 행동지침은 있다. 일단 직항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고는 대부분 이착륙 때 일어나기 때문에 직항을 이용하면 사고 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 또 단단한 물건은 충격을 받았을 때 흉기로 돌변할 수 있으니 가급적 몸에 지니지 말자. 위에서 떨어지면 위험할 정도로 무거운 짐은 짐칸에 올려놓지 말자. 그리고 비행 중에도 항상 안전벨트를 매는 게 좋다. 아울러 술을 많이 마시지 말자. 사고가 났을 때 재빨리 대피하려면 맑은 정신으로 있어야 한다. 기압이 낮은 공중에서는 평소보다 알코올 영향을 더 받는다.

비행기 밖으로 빠져나온 뒤에는 폭발에 대비해 최대한 빨리 멀어져야 한다. 특히 새어 나온 연료가 완전히 증발할 때까지는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구조를 받으려면 비행기 잔해 근처에서 너무 멀어지면 안 된다.

고호관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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