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과점에 가격까지 올려
고등학교 생활의 목표라고도 할 수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문제의 70%가 EBS에서 연계된다. 그만큼 EBS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사교육 방지 목적으로 시작된 EBS연계는 오히려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학원 프로그램에는 EBS연계특강이라는 강좌가 개설되어 있으며 연계지문을 골라주는 이른바 족집게 과외도 성행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학교 수업에서조차 교과서보다 EBS교재의 중요도가 더 높아지는, 주객이 전도된 현실이다.
구입비로 10만 원 이상을 써야하는 교과서는 한 번도 펼쳐보지 못하고 평균 20권이 넘는 EBS교재만 봐야한다. 실제로 수업에 쓰이는 교재도 EBS교재이다. 처음 그 상태로 그대로 버려지는 책들은 이미 엄청난 낭비가 되고 있다. 수능에 연계되는 EBS교재를 사려면 약 13만 원이 든다. 돈이 이중으로 쓰이는 것이다. 또한 교육과정에 얼마나 충실했느냐를 평가하기 위한 수능이 1년 동안 보는 EBS교재의 양에 좌우 된다는 것 자체가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수능을 준비 중인 고등학교 3학년 박 모양은 "사물함에 쌓여만 있는 교과서들을 보면 너무 아깝다. 다 부모님들의 돈으로 산 책들인데 한 번도 쓰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낭비로 보인다"며 EBS교재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성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 문제는 EBS의 독과점으로 연결된다. 수능을 치기 위해 EBS교재를 사지 않을 수 없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출판사의 문제집은 소홀히 한다. 다른 출판사들은 손해를 메우기 위해 가격을 올린다. 그러면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싼 EBS교재만을 살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렇게 학생을 상대로 판매된 교재는 3년간 69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순이익을 올리며 EBS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 또한 가격이 어떻든 살 수 밖에 없는 학생을 상대로 EBS는 매년 교재가격을 조금씩 올리고 있다. 손가락 굵기도 안 되는 책의 가격은 무려 7000원 이상으로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모 군은 "문제지의 해설도 부실하고 질도 별로 좋지 않은 교재를 꼭 구입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한 것 같다. 교재의 완성도에 비하면 7000원은 아주 비싼 가격이지만 보충하기위해 다른 출판사의 문제집을 사면 더욱 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EBS교재만으로 공부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사교육방지라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EBS-수능 연계 정책이 도리어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물론,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시키고 있다. 공정한 대학입시를 위해서라면 사업으로서의 EBS가 아닌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하는 EBS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강리 학생기자 성일여고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