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실 방향에 50㎛ 지름의 전극으로 제작된 직물 형태의 생체연료전지. 한양대 제공

- 탄소나노튜브에 생체효소 넣어
- 유연하면서 강한 섬유형태
- 체내 의료기기 전력공급원 기대

미국 SF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은 기계를 위한 전력생산도구로 사용된다. 인간은 그저 살아있는 배터리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 몸에서 전기를 뽑아내는 생체연료전지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전지는 기존 연료전지의 촉매를 생물체 내에 존재하는 생체촉매인 효소로 대체하고, 수소보다 저렴하면서 다루기 편한 포도당을 연료로 한 차세대 친환경 연료전지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탄소나노튜브에 생체효소를 넣어 유연하면서도 강한 섬유형태의 고성능 생체연료전지를 개발했다.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김선정 교수팀은 탄소나노튜브 시트 표면에 산화 및 환원 효소를 고정시킨 후 이를 꼬아 만든 다층 구조의 실 형태 전극을 이용한 고효율 생체 연료전지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15일 밝혔다.

촉매인 효소를 표면에 코팅하는 방식의 기존 평판 전극형 생체연료전지는 전력생산 효율과 생체 내에서의 안정성이 낮는 등 단점이 있어 응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전도성 고분자인 PEDOT을 코팅한 다음 효소를 고정화해 바이스크롤링(Biscrolling)기법을 사용, 탄소나노튜브 시트에 나선형 방향으로 회전시켜 꼬아 최종 섬유전극을 만들었다. 다층 구조의 실 형태를 이용한 생체연료전지는 1㎝의 전극만으로도 1.02 ㎽/㎠의 전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삽입형 의료기기는 구동하는데 이보다 몇 배나 많은 수 ㎽의 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개발에 따라 카테터나 스텐트 등 의료용 기구 형태로 쉽게 가공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전해질 분리막이 필요 없고 소형화가 가능해 페이스메이커(심장기능 정지 때 자극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전자장치), 신경자극기 등 체내 삽입형 의료기기를 위한 전력공급원으로서의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는 "이 생체연료전지는 직물제조가 가능할 정도로 유연하고 물성이 좋다. 사람의 체액 내에서 전력생산 효율과 안정성이 우수해 삽입형 의료기기의 전력공급원으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적 연구) 일환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지 온라인판(6월 2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