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직원, 학생 심리 악역향 우려
- 수학여행·체험학습 폐지 의견도
지난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병풍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부산지역 중고교에서도 학교별로 자체적인 추모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진도체육관 등에서 아직까지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실의에 빠져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돕기위한 구호품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우리 사회에 팽배한 안전불감증과 미숙한 안전사고 대처 실태에 대한 질타와 염려가 학생들 사이에서도 쏟아지면서 학교 관계자들은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동요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자숙을 독려하고 나서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수학여행 폐지론에 대해서도 고교생들의 공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 용인고의 경우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 주 수요일 곧바로 교내 방송을 통해 이번 사고로 실종되거나 숨진 같은 또래 안산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들을 위한 전교생 추모 묵념을 하고 실종자의 안전한 구조를 기원했다. 또 부산 D여고의 경우도 사고 발생 다음 날 등교때부터 교문 앞 LED전광판에 추모 글귀를 내보내면서 매일 아침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부산마케팅고 역시 전체 모임을 열고 추모 묵념을 실시했다.
또 덕문여고 2학년 11반 학생들은 실종자 가족들을 돕기위해 휴지와 세면도구 등 생필품을 모아 진도 현지로 보내기도 했다. A여고에서는 학생들이 구호물품을 모았지만 학교측에서 반대하자 선생님 몰래 보내기도 했다.
사회 전반적인 추모 분위기 속에서 극히 일부 학생들이 이같은 분위기와 동떨어진 언행을 하자 다른 학생들이 평소와 다르게 따끔하게 충고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B여고 2학년 박모(17) 양은 "몇몇 친구들이 중간고사 직후에 벌어질 예정인 모 인기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구했다며 자랑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친구들이 '지금 그럴 기분이 나느냐', '너무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며 눈총을 주는 바람에 해당 친구들이 미안해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각 학교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이번 사고로 인해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도록 자숙을 독려하느라 열을 쏟고 있다. 또 다른 부산 D여고의 한 생활지도 담당 선생님은 "이번 사고로 인한 충격이야 우리 교사들도 더 없이 크지만, 가장 염려되는 것은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라며 "차분하게 일상에 충실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바를 하는 것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급격히 일고 있는 수학여행 폐지론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아쉬움 속에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부산진여상 2학년 정연경 임수민 배혜진 양 등은 "이동 중 발생하는 사고뿐 아니라 실제로 수백 명이 함께 움직이는 옛날 방식의 수학여행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학생들 선도와 관련한 문제점도 있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부담 등의 문제도 있다. 또 부모님들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너무 걱정을 하고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완전 폐지 또는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며 찬성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같은 학년 전채윤 하승혜 양 등은 "가장 큰 문제는 책임자들의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이다. 수학여행 제도 자체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엉뚱한 데서 찾겠다는 격이다. 부모님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일어 오히려 향후에는 더 안전할 수도 있다"며 완전폐지론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일단 예정된 수학여행을 잠정 보류한 부산마케팅고의 2학년 권정욱(17) 군은 "고교 2학년때의 하이라이트가 수학여행이라서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여행을 강변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부산지역 상당수 초중고교가 21일 학생들 편으로 가정통신문을 발송, 예정돼 있는 수학여행 또는 현장체험학습의 실시 여부를 학부모들에게 묻는 절차에 돌입했다. 사실상 전수조사인 셈이다. 이는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 17일 부산시교육청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1일 이상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대책을 각급 학교에 긴급히 시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인태 이은지 정일지 전유미 학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