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추질환·뇌성마비 오진 위험
- 26세 이전 발병 땐 유전자 검사
- 국소성 환자 약물로 통증 완화
- 전신성 진단 땐 수술이 효과적

최근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방송에서 ‘근육긴장이상증(디스토니아)’으로 투병하고 있다고 밝혀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봉주는 지난해 1월 발병 이후 원인 모를 복부 경련과 함께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6년 미국 애틀란타 올림픽 마라톤 은메달,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2001년 보스턴마라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금메달을 딴 그를 일상생활까지 힘들게 하는 질환에 대해 궁금증이 늘고 있다.

온종합병원 신경센터 이명기(오른쪽) 센터장(신경외과 전문의)이 원인 모를 근육 이상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는 ‘근육긴장이상증’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온종합병원 제공

온종합병원 신경센터 이명기(신경외과 전문의) 센터장은 “근육긴장이상증은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저절로 비정상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근육이 비틀어지는 이상운동 현상을 보이는 신경학적 질환”이라며 “본태성 떨림, 파킨슨병 다음으로 흔한 이상운동 질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원인을 모르고 운동근육을 조절하는 뇌신경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면서도 “어린 아이부터 중장년층에 주로 발생하며, 최근 증가 추세”라고 덧붙였다.

■각종 검사 정상 소견, 때론 오진도

근육긴장이상증을 앓고 있는 마라토너 이봉주. TV조선 캡처

증상은 개인마다 다르다. 대부분 활동 혹은 운동 시에 나타난다. 국소적으로 눈꺼풀 연축, 얼굴이 찡그려지는 경련, 입턱근 긴장 이상, 글을 쓰거나 악기 연주 때 손이 굳어지는 현상, 목 근육 이상으로 한쪽으로 기우는 등 여러 부위에 다발성, 반신성, 전신성으로 팔 다리 몸통이 뒤틀리는 증상이 발생한다.

워낙 증상이 다양해 근육긴장이상증 전문가 이외에는 의사 대부분도 잘 모르는 까다로운 질환이다. 여러 원인에 의해 매우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고 MRI CT X선 혈액검사 등에 정상적인 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때론 척추질환 관절염 정신병 뇌성마비 중풍 등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해서, 여러 병원을 진전하기도 하며 대부분 대인관계 어려움,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에 시달리며 방치된다.

병력과 환자의 증상에 대한 관찰 및 신경학적 검진를 통해 경험적으로 진단이 이뤄지며,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근전도 검사 및 PET-CT 등이 도움이 되기도 하며, 26세 이전에 발현한 경우 DYT1 유전자 검사가 필수적이다,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대부분 증상에 대한 완화 치료가 시행된다. 증상을 완화해 통증을 줄여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개인별 증상에 따른 치료가 효과적이다. 특성화된 약물치료는 없으며 주로 항콜린제 근이완제 항경련제 등이 사용되나 효과는 제한적이다. 추가로 보툴리눔 독소 주사치료가 이용되나 눈꺼풀 떨림, 사경 등 국소성인 경우에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신성에는 효과가 덜하다.

목이 기울거나 돌아가는 사경에는 선택적 신경차단술을 사용하지만 이동성 사경이나 전신성·반신성일 때는 뇌심부자극술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이명기 센터장은 강조하며 오래전 사례를 들며 설명한다.

15년 전, 당시 5세 여자 아이가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팔의 이상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뇌 MRI 검사에서 정상을 보여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적극적인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점차 왼쪽 팔 다리 몸통을 침범하면서 스스로 식사하기도 힘들고 걷는 것조차 어려웠다. 약물 용량은 점차 늘였지만 부작용으로 정신 착란, 헛것이 보이기도 했다. 뒤늦게 아이의 병이 전신성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부모는 7세 딸을 데리고 이명기 센터장을 찾아 뇌심부자극수술을 받았다. 수술 한 달 뒤부터 아이는 똑바로 설뿐만 아니라 보행이 가능해지고, 팔의 이상 자세도 고쳐져 현재 대학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2006년부터 건강보험 적용

뇌심부자극 수술은 당초 파킨슨병, 떨림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최근 약물 치료로 조절이 잘 안 되는 만성 난치성 근육긴장이상증 환자 치료 효과가 입증돼 2003년 미국 FDA 승인에 이어 국내에서도 2006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근육긴장이상증으로 인한 뇌의 운동조절 회로의 이상을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자극을 줌으로써 이상 운동신호를 차단, 정상적인 기능이 돌아오도록 해 증상을 완화시킨다. 최근에는 가슴부위에 삽입하는 자극발생기가 충전식으로 개발돼 종전 2, 3년에 교체되던 것이 8~10년에 한 번씩으로 늘어나 환자의 불편이 덜어졌다.

이명기 신경센터장은 “근육긴장이상증은 대부분 의사가 환자를 만날 때 이미 잘못된 정보와 치료를 통해 환자나 보호자가 지쳐 있어 치료 과정에서 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의료진과 환자·보호자 간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게 치료의 핵심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