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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남성도 백신 접종하니 발병 ‘뚝’…드라마 속 박보검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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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궁경부암 원인 되는 ‘HPV’
- 남자가 갖고 있다면 여성에 전파
- OECD 18개국 남녀 백신접종
- 호주선 발병률 76% 감소 효과

- 한국 남성 67% “HPV 모른다”
- 생식기 질환 등 원인 되기도해
- 남성까지 국가 접종 확대해야

#1. “형님 어디 가십니까?” “자궁경부암 백신 맞으러 간다.” “무슨 소리야. 형은 자궁이 없잖아. 내가 지금까지 모셨던 게 형님이 아니라 누님이었다니!”

#2. 최근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20대 중반 직장인 이모 씨는 남자 친구에게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권유했다. 돌아온 대답은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인데 남자가 왜 맞아야 돼. 여성들이 맞는 거 아니냐”였다.

사례 1은 최근 한 제약회사의 자궁경부암 백신 광고 중 일부고, 사례 2는 현실 속 연인 관계인 남녀 간의 대화다.
지난해 9~10월 방영된 tvN 드라마 ‘청춘기록’에서 출연배우 박보검 변우석 권수현(오른쪽부터)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권수현 인스타그램
■자궁경부암 백신, 남성도 맞아요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백신은 과연 여성만 접종해야 하나. 최근 남성의 접종 필요성도 홍보되면서 차츰 증가하고 있다지만 현실에선 아직까지 위 두 사례를 보듯 그렇지 않은 듯하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상담을 하고 있는 루이송여성의원 송근아 원장.
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여성 생식기 암이다. 오래전부터 여성 암 중에서 발생비율이 1위였다. 하지만 최근 자궁경부세포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자궁경부암의 전암단계에서 많이 발견돼 7위로 떨어졌지만 무시할 수 없는 암인 것은 분명하다.

자궁경부암은 많은 암 중 유일하게 원인이 밝혀진 암이다. 바로 성관계에 따른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모양이 사람의 유두와 비슷해 이같이 명명된 HPV 감염은 종양 억제 유전자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들의 기능에 장애가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PV 자체를 제거할 수 있다면 감염을 막을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직접 제거하는 방법은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HPV의 종류만도 200여 종에 달한다. 이 중 40여 종이 성 접촉을 통해 생식기에 감염을 유발한다. 특히 자궁경부 상피 내 병변이나 자궁경부암의 90% 이상이 HPV 감염과 관련돼 있다. 이런 이유로 오랫동안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여성들만 맞아야 하는 것처럼 인식됐다. 하지만 HPV와 관련된 질환은 자궁경부암 외에도 많다. 생식기 사마귀 질환·항문암·음경암·구강암 등이 그것으로, 이는 남녀 모두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따라서 HPV가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인 만큼 남자도 HPV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OECD 36개국 중 18개 국에서 HPV 백신 필수 접종 대상에 남성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은 11~12세 남녀 어린이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을 권하고 있고, 영국은 여아만 대상으로 하던 HPV 백신 접종을 지난해 9월부터 12~13세 남녀 모두에게로 확대했다.

백신 접종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에선 2013년 남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시작한 뒤 발병률이 76% 감소했다. 특히 백신 중 하나인 가다실을 접종한 남자 청소년은 생식기 사마귀질환과 항문암, 음경암의 발병률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국내에선 자궁경부암이나 관련 백신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남성이 많다. 2016년 국내 남자 대학생 149명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의 인식 여부를 조사한 결과, 67%가 HPV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남성의 경우 HPV에 감염돼도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또 HPV 감염과 관련된 생식기 사마귀의 유병률이 최근 12년 동안 6.4배 증가했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2~4배 감염률이 높았으며, 25~29세에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심지어 보건계열의 남자 대학생들조차도 전공수업 등을 통해 관련 정보에 노출될 기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HPV 감염으로 인한 문제와 예방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12세 여야 백신 무료

질병관리청과 대한감염학회는 남녀 모두에게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궁경부암에만 우선순위를 두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16년부터 만 12세 여아에 한해서만 백신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남자 아이와 성인 남성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백신 접종 비용이 고가여서 접종률이 높지 않은 실정이다. 남성도 국가예방접종 대상으로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서면 루이송여성의원 송근아 원장은 “아직 한국 사회는 남성의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이를 맞으러 오는 남성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사실 HPV 감염 경로의 매개체가 남성이기 때문에 미래의 파트너를 위해서라도 남성의 백신 접종은 필수”라고 말했다. 송 원장은 이어 “HPV 감염은 불임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예방 백신 접종은 임신율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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