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유전 요인 원인으로 추정
- 치료 후 면역력 약화 주의해야

“친구랑 같이 놀아도 돼요?” “막대 아이스크림 먹어도 되나요?”

양산부산대병원 양유진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소아암 환자가 많은 소아혈액종양 클리닉에서 매일 환자와 그 가족에게서 듣는 질문이다. 한 살도 되지 않은 아기부터 고등학생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행동 하나하나, 먹는 것 하나하나까지 그들은 확인하고 다시 묻는다. 그들은 어쩌면 어렴풋이 답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양유진 교수는 “정답이 없을 수도 있는 수많은 질문을 받을 때면 질문하는 사람 눈 속의 슬픔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15일은 세계소아암부모연합과 세계소아암학회가 지정한 세계 소아암의 날. 코로나 역병으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소아암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관심 촉구는 여전히 절실하다.

소아암 환자는 치료로 인한 면역력이 약해져 타인과의 접촉 여부, 음식 하나하나를 두고 담당의사에게 물어봐야 할 정도로 제약이 많다.

■최근 완치율 80% 상회

건강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 중 매년 1000여 명이 새로 진단을 받는다. 10명 중 3명 정도가 백혈병으로 소아암 환자 중 비중이 가장 높다. 이어 뇌종양과 복강 내 종양, 뼈에서 발병하는 골육종 등도 소아에게 흔히 발병하는 암이다.

소아암은 비특이적인 증상이 많아 조기 진단이 어렵고 진행 속도도 성인에 비해 빠르기 때문에 암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20, 30년 전만 하더라도 소아암 완치율은 50%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인 치료로 완치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양 교수는 “최근에는 치료에 효과적인 새로운 약제들이 개발되고, 다국가 간 임상연구나 다기관 임상연구가 활발해져 완치율이 높아졌다”며 “이 때문에 치료과정이 힘들더라도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암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다만 방사선·자외선·약물과 같은 화학물질, 여러 바이러스 감염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 암 발생 확률이 높다고 알려진 유전질환이나 특정 암과 관련한 특정 유전자의 변이 같은 유전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가족력은 없고, 소아암의 병력이 있는 사람의 자녀가 암 발생이 더 많다는 근거 역시 밝혀진 바는 없다. 따라서 소아암 자녀를 둔 부모가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종양 위치·병기 따라 치료 달라져

양유진 교수

소아암은 질환마다, 또는 같은 질환이라도 종양의 위치나 병기에 따라 치료가 달라질 수 있다. 크게 항암치료와 수술, 방사선치료가 그것이다.

항암치료는 혈액 안으로 항암제를 주입하는 전신치료다. 수술과 방사선치료는 국한된 부위를 공략하는 국소치료라 할 수 있다. 해서, 수술과 방사선치료는 신체장기에 덩어리가 생기는 ‘고형종양’이 대상이며, 그 종류와 병기에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퍼져 있을 수 있는 암세포의 치료로 항암치료가 추가되기도 한다.

강력한 항암치료 후 자신 또는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주입하는 조혈모세포 이식도 소아암 치료의 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소아암 치료의 가장 큰 부작용은 면역력의 심각한 약화다. 치료들이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을 담당하는 몸 속의 좋은 세포들과 장기에까지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환자와 그 가족이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 공공장소에 가는 것, 음식 하나하나를 먹을 때마다 안전한지 신경 쓰고 담당의사에게 재확인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의학적으로 정말 위험한 상황이나 절대 금기시되는 것이 아니라면 소아혈액종양 의사는 대부분 ‘괜찮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소아암으로 진단받으면 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한 치료에만 급급했지만 요즘은 정서적인 안정, 또래친구와의 관계, 학업의 연속성 등 완치 후의 삶의 질을 고려하며 치료를 한다”고 덧붙였다. 이흥곤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