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57건 성공… 국내 최단 기록
- 혈전 최소화 새 수술방식 개발
- 비용 서울 사립병원 절반 안돼

35세 여자 환자 A 씨는 초등학생 시절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인슐린 의존형 당뇨로 진단됐다. 주로 소아나 30세 이하의 젊은 나이에 발생해 소아당뇨로 불리는 이 질병은 전체 당뇨병 환자의 10%가 여기에 해당된다.

양산부산대병원 장기이식팀 최병현(오른쪽) 교수가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췌장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 췌장이식은 국내 두 번째

A 씨는 그 후 인슐린 치료를 지속했으나 망막병증이나 신장병증이 지속돼 결국 30대에 투석을 하게 됐다. 매일 4번씩 인슐린 자가 주사를 하고, 일주일에 3번씩 투석을 했다. 그러던 중 인터넷을 통해 췌장이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장기이식팀 최병현 교수는 “A 씨와 같은 경우 신·췌장 동시이식을 하면 가장 좋으나 보통 대기 기간이 적어도 4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는 운이 좋았다. 어머니가 딸에게 신장을 공여하고, 때마침 뇌사자의 췌장을 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생체 신장, 뇌사자 췌장’ 동시이식 수술을 권유했다. 검사 결과 어머니가 공여자로 적합해 신·췌장 동시 수술을 시행, A 씨는 당뇨병과 말기 신장병에서 마침내 해방됐다.

국내에서 췌장이식은 1992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시작했다. 이 병원은 지금까지 400회 이상의 췌장이식을 시행, 국내 췌장이식의 65% 정도를 담당한다. 2015년 췌장이식을 시작한 양산부산대병원은 지금까지 57건 모두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이는 국내 최단 기간이다. 신장과 같이 이식하거나 신장이식 이후 췌장을 이식하는 경우 성공률이 높다. 뇌사자에서 장기를 구득하는 수술 팀과 생체 기증자로부터 신장을 적출하는 팀, 그리고 수혜자를 수술하는 팀 등 동시에 3개의 수술팀이 운영돼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병원은 전국에서 5개도 채 되지 않는다.

올해 11월 현재 국내에서 췌장이식은 70건 시행됐다. 서울아산병원 44건, 양산부산대병원 13건, 서울삼성병원 8건, 서울대병원 2건, 연세세브란스와 서울성모병원이 각 1건 순이다. 췌장이식을 위해 서울로 갈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특히 양산부산대병원은 췌장이식 후 발생할 수 있는 초기 이식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인 혈전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해 단 1건의 혈전에 의한 수술도 실패하지 않았다. 양산부산대병원의 새로운 수술방식은 서울지역의 소위 ‘빅3’ 병원 중에서 그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등 더 이상 수도권 병원의 수술방식을 따라가지 않고 오히려 선도하고 있어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 간·신장·폐 이식도 최고 수준

최 교수는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의 유일한 완치 방법은 현재까지는 췌장이식밖에 없다”며 “특히 신장을 이식했거나 동시에 이식하는 경우 면역억제제를 추가로 복용하는 등의 위험이 적기 때문에 이런 경우 췌장이식을 고려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췌장 단독이식의 경우, 면역억제제의 위험을 고려하더라도 이식이 이득이 된다면 당연히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췌장이식은 신장이나 간 이식과는 달리 대기시간이 짧아 환자가 등록만 하면 대부분 6개월 내 이식을 받을 수 있다. 비용도 서울의 사립병원의 30~50%에 불과하다.

양산부산대병원 장기이식팀은 췌장뿐 아니라 간, 신장, 폐, 심장 등 모든 이식분야에서 서울의 어느 병원과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특히 최고의 중증환자를 마주해야 하는, 외과수술 중 가장 어려운 분야로 손꼽히는 간이식의 경우 올해만 47건을 시행했다. 지금까지 누적 건수는 476건이다. 서울의 ‘빅5’ 병원을 밀어내고 4위를 넘보고 있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