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잘 체하고, 속이 늘 더부룩하면서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배에 가스가 잘 차고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은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시경 검사에서 별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역류성 식도염, 신경성 위염 등 진단을 받아 약을 복용해도 증세가 잘 호전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식적, 담적이라고 한다.

	‘한빛 수 한의원’ 봉승전 원장이 담적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에게 침을 놓고 있다.

■만병의 원인인 담적

‘한빛 수 한의원’ 봉승전 원장에 따르면 식적은 비위의 소화기능이 떨어져 먹은 것이 쌓여서 생긴 병증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비위는 위, 소장, 대장 등 소화기관을 뜻한다. 식적은 만성 식체 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 음식으로 인해 생긴 모든 병이다. 간단히 손으로 명치끝을 눌러서 아프면 음식으로 질환, 아프지 않으면 노권상이라고 해서 정신·신체적으로 피곤해 기를 상한 상태로 진단한다. 식적으로 인한 증상은 만성적으로 피곤하고 항상 눕고 싶고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소변을 보더라도 시원하지 않다. 자연스럽게 체중이 증가하기도 하고 관절염이 생기고 손이 붓고 뼈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또한 체기를 자주 느끼고 늘 기운이 없고 만성 소화불량, 의욕저하, 복통에 시달린다. 배에서 덩어리 등 단단한 것이 만져지거나 신물이 올라오고 입맛이 떨어진다. 식적 요통, 식적 두통이라는 질병도 있다. 식적 요통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10가지 요통 중 하나로 소화불량, 만성위염이 있거나 과식한 뒤 허리가 뻐근하게 아픈 게 주증상이다. 평소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이 요통으로 고생한다면 허리의 문제가 아니라 식적이 원인일 수 있다. 이 외에도 감기가 아닌데 목이 붓고 열이 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중이염이나 비염 등의 만성 염증이 잘 낫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소화기와 호흡기는 깊은 영향을 미친다. 어린 아이가 식적이 있으면 위장이 늘 부어 있는 상태여서 인접한 횡격망 등 폐와 관련된 기운의 흐름을 방해해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염소 똥 모양의 대변을 보거나 피부에 두드러기나 뾰루지가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방치하면 기침이나 코막힘이 계속돼 비염이나 천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식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식습관이다. 피곤하거나 소화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과식을 한다든가 식후에 바로 잠을 자는 경우에 잘 생긴다. 또 아침을 굶고 저녁을 푸짐하게 먹는 습관, 과음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자주 폭식을 하거나 달고 찬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식적에 잘 걸린다. 삼겹살 튀김 등 기름진 음식과 밀가루 음식을 즐기는 것도 식적의 원인이다.

담적은 식적과 비슷한 데 좀 더 고질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동의보감에서는 십병구담이라고 해서 병의 원인 10가지 가운데 9가지가 담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담적은 수독, 담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몸안의 혈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어혈이라고 하는데 몸안의 림프액과 같은 체액이 제 기능을 못하고 탁해져 가래처럼 진득해져 기능을 제대로 못해 체액순환, 혈액순환, 기의 순환을 막아 큰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담음이라고 한다. 담음의 증상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발생하는 이상한 현상이 많다. 대표적 증상이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고,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난다. 그리고 손발이 이유없이 저리고 아픈 것이다. 이 외에도 속이 쓰린 증상이 있다. 이처럼 담적으로 인해 생기는 병은 무수히 많지만 서양의학의 검사에서는 판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한약처방과 함께 생활습관 개선

이런 증상이 있다면 한의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한방치료는 침구치료 및 부항, 약침, 한약 처방 등으로 이뤄진다. 특히 한약 치료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봉 원장은 “속이 안 좋아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해봐도 별 이상이 없어 한의원을 찾는 분들이 많은데 상당수가 식적, 담적 증상을 보인다”며 “이는 오랜 시간 잘못된 생활습관이 쌓여 만들어낸 일종의 생활병에 해당한다.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와 더불어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약처방과 함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을 스스로 학대하거나, 일에 대한 부담감이 크고 자신감이 결여돼 불안하고 긴장하면 내 몸의 체액이 탁해져 담적 증상이 생기기 쉽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가지고 불필요하게 긴장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과식하지 않고 밀가루 음식,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고 지나치게 맵고 짠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가능한 차가운 물이나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몸 속에 들어간 찬물을 데우기 위해 몸에서 열을 내면 체액성분이 훈증되면서 졸아들게 돼 담적이 될 수 있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