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암 유발 요인 주의보

- 1군 발암 요인 헬리코박터균
- 자연치유 안돼 제균치료 필요
- 염분 하루 2.4g 이하 섭취하고
- 붉은 고기·가공육·흡연 피해야

# 조기검진이 최선의 예방책

- 40~74세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 고위험군은 1년 주기로 검사
- 암 빨리 발견하면 내시경 치료
- 진행성 암은 절제 수술 받아야

위암은 세계적으로 다섯 번째로 흔한 암으로 전체 암 발생의 5.7%를 차지한다. 과거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발병률이 높았으나 현재는 전체적으로 발생이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동아시아는 전 세계 대비 2배 정도로 발생률이 높고, 특히 한국 남성의 위암 발생은 10년 전부터 인구 10만 명당 40~50명으로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보건복지부 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5년 21만4701명에게서 암이 발생했는데, 이 중 2만9207명이 위암으로 13.6%를 차지했다.

고신대복음병원 소화기내과 정경원 교수가 환자 위내시경을 하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지난 2일 국제신문과 고신대복음병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시민건강교실에서 소화기내과 정경원 교수는 “위암은 1983년부터 시작된 국가암등록 통계에서 줄곧 발생률 1위를 차지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2배 정도 많이 걸리며, 50대 이후, 주로 60대와 70대에게 발생한다”며 “생활습관 관리와 더불어 위내시경 검진만으로도 사망률을 50~60%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꾸준한 조기검진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염분·육류·가공육 주의보

위암 예방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다. 위 점막층에 있는 나선 형태의 세균으로 전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감염됐고,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높은 감염률을 나타낸다. 주로 5세 이전에 감염되는데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지속하고,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일은 거의 없다.

국제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위암의 1군 발암 요인으로 규정한다. 실제로 감염된 환자의 위암 위험도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 3배 높다. 따라서 헬리코박터 제균치료가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염분도 위암의 주요 키워드다. 지속해서 많은 양의 염분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면 위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일본에서는 절인 음식, 간이 된 생선, 가공육 섭취를 통한 다량의 소금 섭취를 위암 발생을 예측하는 지표로 사용한다. 동물 실험에서 소금은 직접 위 점막을 손상하고, 발암물질로 알려진 물질(N-nitroso) 화합물을 만들며, 헬리코박터에 취약한 인자를 발현하고, 헬리코박터 감염을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염분(나트륨) 섭취는 하루에 2.4 g(소금 6g에 해당)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같은 붉은 고기와 가공육 역시 위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붉은 고기는 고온에서 굽거나 튀기면서 요리하는데, 이러한 연소 작용은 이합체 아민 및 다환 (polycyclic) 방향성 탄소물질 등 잠재적인 발암물질을 만들어낸다. 가공육은 소금을 많이 포함해 암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 최근 42개의 관찰 연구를 통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붉은 고기와 가공육은 50%가량 위암 발생을 높인다. 비만 흡연 음주도 위암에 위험한 요소다.

■위내시경 사망률 크게 낮춰

현재 국가 암 검진 사업에 따라 만 40세 이상은 위내시경(또는 상부위장관조영술)을 2년마다 한 번씩 받도록 하고 있다. 환자 대조군 연구 결과 위내시경 검진은 위암 사망률을 약 54% 감소시켰다. 코호트 연구 분석에서도 위암 사망률을 65%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위암 예방에 효과적인 위내시경은 언제부터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40세부터 74세까지 무증상 성인은 위내시경을 이용한 위암 검진을 2년 간격으로 시행할 것이 권고된다. 75~84세는 신체 나이를 고려할 때 위내시경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은 10~20년 후 바뀔 수 있다. 고위험군은 간격을 더 좁혀야 한다. 고위험군인 50세 이상 남성에게 가족력이 있거나 장상피화생(위의 점막이 장의 점막처럼 변한 것)이 동반된다면 1년 주기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위암은 조기 위암, 진행성 위암 등 병기에 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처해야 한다. 위 구조는 모두 4개 층으로 나뉘는데 이 중 암세포가 2층인 점막이나 점막 하층까지만 미세하게 침범하고 근육층이나 장막층은 침범하지 않았다면 ‘조기 위암’으로 정의한다. 조기 위암은 거의 위내시경으로 진단된다. 무증상이 대부분이고, 있다 하더라도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나 위식도 역류질환 증상 정도다. 위암이 빨리 발견됐거나 천천히 진행됐다면 내시경 치료(내시경 하 점막하 박리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점막 하층 침범이 뚜렷한 조기 위암이나 진행성 위암은 내시경 절제술은 받을 수 없고,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위암 위치에 따라 위의 3분의 2를 절제하거나 전 절제를 하게 된다. 최근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수술 발달로 위암 수술의 합병증이 크게 줄어들었고, 환자 회복 속도도 굉장히 빨라졌다. 원격 림프절 전이나 다른 장기로 번진 진행성 위암은 항암화학요법이 표준치료다. 최근에는 특수 염색 결과(HER2 단백질 과발현 소견)에 따라 표적항암치료를 함께한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