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우리들병원에서만 30년째 근무하는 의사가 있다. 이상진(사진) 명예원장은 1989년 군의관 제대 후 입사, 낙민동 시절인 1992년부터 2006년까지 14년간 병원장을 지냈다. 병원이 동래구 온천동 현재 장소로 이전한 뒤로는 명예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의사로서의 생을 올해 개원 37주년이 되는 우리들병원과 거의 같이한 것이다.

이 명예원장이 지금까지 우리들병원에서 집도한 수술은 1만5000건이 넘는다. 그러다 보니 온 가족이 이 명예원장을 주치의로 정하기도 하고, 삼대에 걸쳐 진료를 받는 환자도 있다. 그는 “수술이 좋아 하다 보니 어느새 30년이 흘렀다. 치료가 잘된 수많은 환자보다는 힘겨웠던 몇몇 환자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부산우리들병원이 척추전문병원으로 뿌리를 굳게 내린 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 새로운 장비와 기술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의료진의 연구도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이 명예원장은 “척추 검사를 위한 MRI나 CT 장비가 없던 시절엔 척추관 협착증, 신경구멍 협착증에 대한 진단을 할 수 없었다. 조영 검사를 통해 신경 흐름이 막힌 것이 확인되면 그 부위를 수술하던 시절이었다”며 “지금은 진단 방법이 다양해지고 질환이 세분화하면서 그에 맞게 수술법도 많아졌다. 우리나라 최초로 ‘척추디스크 전문병원’을 표방하며 역량을 투입한 우리들병원의 공이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미디어의 발달로 척추 질환과 치료에 관한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지만 그만큼 잘못된 정보도 늘어나 역설적으로 환자와 소통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척추전문병원을 내세우는 여러 병원이 엄연한 ‘수술’인데도 ‘시술’이라 말하고, 마치 시술이 만능인 것처럼 포장하는 사례가 많아 환자를 현혹한다. 환자는 수술이 아닌 것에 만족하고, 그 심리를 이용해 병원이 이익을 취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술은 말 그대로 신체의 어떤 구조물도 건드리지 않고 약물 등을 써서 통증을 줄여주는 것이고, 척추 구조물 일부를 제거하거나 바꿀 때는 수술이라고 한다. 뼈를 잘라내거나 디스크를 일부 제거한 것은 수술이지 시술이 아니다”는 설명이다.

이 명예원장은 “잘못된 정보에 휩쓸리지 말고 담당의를 믿으면서 척추 건강을 지켜가자”고 당부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