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정체성은 하나가 아니잖아요?”

달래의 운영진 조은하 씨가 ‘달래’ 모임을 만든 이유다. 조 씨는 페미니스트나 퀴어 성향을 가졌지만 이들 모임에 참여하면 불편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는 “비건은 개XX 등 동물을 비유한 비속어 사용과 육식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건이 아닌 이들이 무심코 행해지는 폭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건이며 퀴어이자 페미니스트이기에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배려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달래’를 만들었다.

- 불편하게 살기로 했다.

조 씨는 한국 사회에서 비건으로 살기는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건은 단순히 채식주의자가 아닌 ‘동물권’을 기본으로 패션, 생활용품 등 일상 속에서 동물보호와 윤리적 소비의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의 온도는 아직 비건에게는 차갑다고 한다. 부산지역에 손에 꼽을 정도의 채식식당을 친구와 매번 함께 갈 수 있을까. 직장인의 경우라면 회식 자리에서 상사의 권유에 거절이 쉬울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조 씨는 “당연히 사람이기에 식물처럼 광합성만으로 살 수 없다”라며 “우리도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겪는 고민들”이라고 말했다.

- 그렇게 ‘페미니스트’가 됐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대학생이던 조 씨는 ‘여성 혐오 살인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라는 대자보를 학교에 붙였다. 어린 시절 폭력을 당한 경험으로 쓴 글이었지만 ‘성별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난으로 돌아왔다. 그는 “여성이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에 대해 말하는 것만으로도 폭력으로 매도되는 사실에 의문을 가지게 됐다”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을 보고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페미니즘은 ‘남혐(남성 혐오)’이 아니다.

달래의 멤버 강솔비 씨는 페미니즘이 받는 흔한 오해로 “페미니스트는 남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페미니즘이 ‘여성주의’로 번역하는 오류가 있다며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강 씨는 “남성도 폭력을 당한다. ‘남자답게’라는 말로 강요당하고 이렇게 포장될수록 불평등을 고착화시키기도 한다”며 “페미니즘이 여성을 중심으로 크게 일어나고 있지만 성별이 아닌 나답게 살기 위한 것이 페미니즘이다”라고 말했다.

2017년부터 시작된 비건-퀴어-페미니스트 모임 ‘달래’는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가진다. 여타의 다른 모임들처럼 자신들이 좋아하는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단지 퀴어, 페미니즘, 비거니즘에 관한 내용일 뿐이다. 이들이 모이는 이유는 사회의 큰 변화가 아닌 편견에 있어서 자신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채호 기자, 강류종 인턴기자 chae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