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어 직원 250마리 안락사 폭로
- 후원금 집착한 박소연 대표
- 보여주기식 활동이 낳은 참사

- 작년 유기동물 10만 여마리
- 시설 수용능력의 한계로
- 10일내 주인 못 찾으면 안락사

- 부산지역 고양이 자연사 많아
- 종별 관리센터 건립 고민을

국내 대표적인 동물보호 단체인 ‘동물권단체 케어’가 보호하던 동물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켜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사실을 폭로한 전직 내부 직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물 250마리가 무더기 안락사됐다. 특히 박소연 케어 대표가 ‘동물 구조의 여왕’으로 불렸고,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해왔던 터여서 그 충격은 더 컸다. 회원들은 “내가 낸 후원금이 동물 안락사에 쓰여왔다”고 배신감을 토로하며, 케어 후원을 대거 철회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부산에는 케어 같은 동물구조단체는 없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적절한 유기동물 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조한 동물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켰다는 논란을 빚은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케어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동물 관련 전문가는 후원금에 집착한 ‘보여주기식’ 동물 활동이 낳은 참사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가 역량을 넘어선 구조 활동을 하고, 뒷감당이 되지 않자 안락사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덮었다는 것이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동물권을 보호하는 구조단체이자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후원금을 모으고 활동해 온 거짓말이 비도덕적인 것이지, 안락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관련 법에 따라 지자체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도 일정 기간이 지나고 입양 등 대안이 없으면 안락사시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을 보면 지자체가 운영 중인 유기동물 위탁보호소(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뒤 10일간의 공고 기간을 거친 이후에도 소유주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비록 유기동물이 건강해도 안락시키도록 돼 있다. 위탁보호소 수용능력 때문에 빚어지는 일종의 ‘필요악’이다. 쏟아져 들어오는 유기동물을 맡아주기에는 용적이 좁아 빨리 내보낼 수밖에 없는 것. 안락사 기준이 동물 중심이 아닌 시설 수용 능력과 관리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의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유기동물은 10만2593마리에 달했다.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유기동물의 27.1%는 자연사, 20.2%는 안락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호센터로 들어온 유기동물 5마리 중 1마리가 안락사될 정도로 안락사 비중이 높은 것이다. 부산에는 총 5곳의 지자체 유기동물 위탁보호소가 있는데, 여기서 지난해 보호된 유기동물은 총 7457마리다. 이 중 안락사시킨 동물은 556마리(개 554마리, 고양이 2마리)로 전체 7.5%의 비중을 차지한다. 전국 수치(20.2%)보다는 낮지만 부산도 안락사 비중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고통이 극심하지 않으면 안락사를 피할 수 있도록 공공 차원의 수용 능력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입양센터 확대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부산에 유기동물 공공입양센터는 시가 직영하는 ‘부산반려동물복지문화센터’(연제구 거제동·수용 40마리) 한 곳만 있으며, 오는 3월 해운대구가 기초단체로는 처음으로 입양센터(수용 20마리)를 가동한다. 해운대구를 시작으로 기초지자체마다 유기동물 공공입양센터가 생기면 안락사를 줄이는데 숨통을 더 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안락사보다 높은 자연사, 막으려면

부산지역 유기동물은 안락사보다 자연사가 더 문제다. 지난해 위탁보호소가 맡은 유기동물 7457마리 중 자연사가 절반 이상인 3975마리나 된다. 개보다 고양이 자연사가 훨씬 더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체 7457마리 중 개가 4385마리, 고양이가 3072마리인데 이 중 개는 1612마리가, 고양이는 2363마리가 자연사했다. 종별 자연사 비중을 보면 개는 36.7%인데 반해 고양이는 76.9%로 압도적으로 높다. 좁은 한 공간에 여러 종을 같이 보호하게 되면 개보다 고양이가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커 자연사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유기동물 보호소를 종별로 분리,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부산시 동물복지지원단 강신영 주무관은 “장기적으로는 ‘개 보호센터’ ‘고양이 보호센터’와 같이 유기동물 보호소를 종별로 나눠 맞춤형으로 관리해야 특정 종(고양이)에 편중된 자연사 비중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 대책은

이번 케어 사태로 다른 유기동물 활동 단체에 부정적 영향이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손동훈 SOA(Save Our Animals)봉사단 대표는 “케어 같은 단체는 후원금이 막대하다 보니 후원금을 더 받고자 밖으로는 구조 활동을 많이 하는 ‘쇼’를 하고, 안으로는 수용 능력이 없으니 안락사시키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 아니겠냐”며 “이런 ‘마케팅’에 집중하는 단체보다 지역에서 유기동물 관련 활동을 소소하지만 열심히 하는 봉사단체에 더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기동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손질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동물활동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애라 대표는 “독일 등 선진국처럼 펫샵(애완동물 가게)을 금지하는 등 영리를 위한 동물 생산 시스템을 규제해야 할 때”라며 “쉽게 살 수 있으니 쉽게 버릴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제도가 유기동물을 대량 양산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기동물 방지를 위해 도입됐으나 4년이 지나도록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는 동물등록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물이력제를 추가해 주인부터 진료기록 등 해당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가 다 담기는 방식으로 동물등록제를 운영해야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부산지역 유기동물 보호시설 현황 ▶위탁보호소     시설명 위치 최대 수용 능력 부산동물보호센터 강서구  대저동 연간  2000마리 ㈔유기동물관리 보호협회 강서구  봉림동 연간  2000마리 누리동물병원 해운대구  송정동 연간  1500마리 청조동물병원 연제구  연산동 연간 400마리 하얀비둘기 강서구  범방동 연간  1500마리 ▶입양센터     시설명 위치 최대 수용 능력 부산시 부산반려 동물복지문화센터 연제구  거제동 40마리 해운대구 유기동물 공공입양센터(3월 개소) 해운대구  송정동 30마리 ※자료 : 부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