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주간보호시설’ 53개소
- 서비스 충족률 40%에 그쳐
- 전문가 적어 맞춤치료 한계

- 심리재활치료사 12곳에 파견
- 이용자 욕구 충족·전문성 보완
- 장애인 부모 심리상담도 실시

성인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낮 시간에 돌보는 공간인 ‘주간보호시설’. 그러나 부산지역 주간보호시설 상당수가 이용 장애인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장애인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책임질 전문 교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의 장애인자립전환지원센터가 지난해부터 주간보호시설의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시설운영지원사업 긍정적 행동지원’ 사업을 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를 해당 주간보호시설에 파견해 구체적인 장애인 ‘지도’ 방법을 모색하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업이다.

부산시장애종합복지관 소속 장애인자립전환지원센터는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돌보는 지역 내 주간보호센터에 전문 재활심리치료사를 파견해, ‘지도’ 방법을 조언하는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연차 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제공

■전문 치료 절실한 주간보호시설

현재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은 도전적 행동을 보여 사회적응적인 행동으로의 변화를 위한 전문가의 도움이나 신변처리 및 일상생활 훈련을 필요로 하는 중증 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학령기 중증 장애인들은 일반학급 및 특수학교에서 생활 전반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지역사회에서 제공되는 각종 바우처 사업 등으로 언어·인지·심리·작업·물리 치료 프로그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성인기가 되면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이 감소하게 되고 그들이 주로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은 주간보호시설로 한정되기 시작한다. 성인기 중증 장애인들은 비록 성인이지만 발달이 일반 성인보다 느리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그 필요성만큼 지원서비스가 충분하지 않다. 또 성인기에는 정체성이 확립되고 스스로 원하는 욕구들을 표출하지만 그 욕구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다.

성인기 중증 장애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의 부족은 주간보호시설 부족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 약 30개소에 이르던 부산지역 주간보호시설이 2016년 12월 기준 53개소로 증가했으며, 이용자 수도 490여 명에서 850여 명으로 늘었다. 지원 기관은 여전히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 부산시 전체 서비스 충족률은 수요대비 40%로, 전국 광역시 평균 48%에 비해 낮다. 그 뿐만 아니라 종사자들도 부족하다. 정부의 주간보호시설 이용자 대비 인력 기준은 4 대 1이지만, 부산은 5.9 대 1이다. 주간보호시설 이용자들에게 개별적인 일상·자립 생활훈련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도전적 행동을 보이는 이용자가 있는 경우 다른 이용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주간보호시설의 주 담당 사회재활교사들은 사회복지를 전공으로 한 사회복지사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인지·작업·직업훈련 등 자립생활을 위한 훈련을 진행할 때 관련 전문지식의 습득, 현장에서의 적용하는 방법, 개별 이용자의 상태에 맞춘 개별화 프로그램 진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도전적 행동을 보이는 이용자들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및 중재 개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부산복지개발원이 내놓은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실태조사 및 운영매뉴얼 연구’에 의하면, 주간보호시설 프로그램 중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조사한 결과 신변처리·자립의 영역과 관련된 ‘일상생활프로그램’이라는 응답이 21.6%로 가장 많았으며, ‘의료 및 건강관리 프로그램’ 18.6%, ‘치료 프로그램’ 16.4%로 절반 이상이 전문치료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부모 심리치료에도 적극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자립전환지원센터는 지난해부터 심리재활치료사를 지역 내 주간보호시설에 파견해, 발달장애인의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을 연차 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긍정적 행동지원’이다. 사업 첫해 신청을 받아 선정된 9개 기관 9명에 이어, 올해도 연말 마무리를 목표로 12개 기관에 1명씩 지원하고 있다. 각 주간보호시설의 담당 사회재활교사가 지도 방법을 의논하고, 해답을 찾는 방식으로 돕고 있다.

장애인의 부모에 대한 심리치료 자문에도 적극적이다. 장애 당사자의 도전적 행동이나 자립 훈련의 참여 등에서 주 양육자인 부모의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는 성인 장애인들은 20대 중반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최소 20년부터 40년 이상 중증 장애인 자녀를 돌보며 받은 스트레스와 자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주변 사람들의 인식을 견뎌오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소진’을 경험하였으며 “우리 아이는 할 수 없어” “우리 아이는 모두 해줘야 해” 등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부모가 많다. 부모들의 어려움을 인정해주고 그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을 통해 주간보호시설에서 하는 교육 및 훈련 참여를 가정으로까지 연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모 스스로 자녀가 자립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자립전환지원센터 강혜옥 팀장은 “지역 내 주간보호시설 이용 장애인에 대한 치료 자문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각 시설의 신청을 받아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