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지장애 나타나면 검진 필요

- 뇌 이상 유무 CT·PET 등 검사
- 인지·행동개선과 약물투여 병행
- 빨리 치료할수록 효과 극대화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대문호 가브리엘 마르케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 찰스 가오…. 이들 유명 인사도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비껴가지 못했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면서 고령화에 따른 노인성 치매가 급증하고 있다. 고령화로 15분마다 1명씩 치매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는 2016년 기준 68만5000명이던 치매 환자가 2025년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의 그늘인 치매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으로 인식하고 예방과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 문제를 개별 가정 차원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치매 국가책임제’ 정책을 펴고 있다.

	인창대연요양병원 신경과 김시내 과장이 20일 치매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조기 발견이 중요

치매란 정상적으로 발달한 뇌 기능이 대뇌반구, 특히 대뇌 겉질 및 해마를 침범하는 광범위한 질환에 의해 지능, 행동 및 성격이 점진적으로 황폐해져 이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는 질환을 말한다.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질환은 알츠하이머병. 이외에도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이마 관자엽 치매 등이 있다. 종류에 따라 질병의 경과 예측과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 치매가 상당 부분 진행되면 약물치료에 한계가 있다. 조기에 발견할 수만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상당한 정도로 회복이 가능한 원인도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료와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인창대연요양병원 신경과 김시내 과장은 20일 “단순 건망증 정도로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자주 깜빡하는 일 외에 일상생활 수행에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고 인지 장애가 심해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곤란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단순 노화에 따른 기억력 저하인지, 치매로 인한 것인지 제대로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단과 치료

치매를 진단하기 위해 기억력 저하를 포함한 인지 영역의 퇴행이 있는지 자세한 문진과 함께 신경심리검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CT(컴퓨터 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통해 대뇌 겉질과 해마의 위축이나 다른 뇌의 구조적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최근에는 PET(양전자 단층촬영) 검사로 치매를 감별·진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치매는 흔히 기억력 저하가 먼저 시작돼 다른 인지 영역의 퇴행으로 진행된다. 병이 심해지면 여러 가지 비인지적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김 과장은 “대표적인 비인지적 행동 심리 증상으로는 불안, 우울, 망상, 공격, 초조, 배회 등이 있다”며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는 이런 행동 심리 증상이 인지기능 저하나 생활 기능 장애보다 더 힘들게 하고 치매 환자를 병원이나 보호 시설에 입소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치매 치료에는 인지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뿐 아니라 행동 심리 증상의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인지 기능을 개선하려면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훈련, 인지자극, 인지재활 같은 비약물적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행동 심리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항정신병 약물, 항불안제 같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현재 의학기술로는 약물치료로 치매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 치료 효과적

치매가 발생하기 전에, 즉 치매 전 단계에서 치매를 예방하고 진단하는 데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집중돼 있다. 환자가 주관적으로도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고 객관적인 검사에서도 유의한 인지 기능 저하를 보이지만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유지하고 있어 아직 치매가 아닌 상태를 치매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 65세 이상에서는 유병률이 10~20%로 매우 흔하다. 정상 노인은 매년 1~2% 비율로 치매가 진행하는 데 반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매년 10~15% 비율로 치매가 진행한다.

김 과장은 “경도인지장애는 정상 노화나 치매와의 감별이 쉽지 않으므로 인지 장애와 관련된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필요한 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말기 치매와 비교하면 초기일수록 인지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를 가장 이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계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해 추가적 인지 기능 저하를 막고 치매 발생을 지연시킬 수 있는 중요한 단계다.

김 과장은 “이 단계에서 적절한 약물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인지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 규칙이 있는 놀이(단어 맞추기 게임, 여러 가지 조건에 맞는 단어 리스트 회상하기, 오목)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도움말=김시내 인창대연요양병원 신경과 과장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