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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너머 고달픈 삶 위로 40년…한 생명 살릴 땐 밤샘에도 보람

부산생명의전화

  • 국제신문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8-07 18:57:53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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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8년 개원 총 2591명 수료
- 순수 자원봉사로 47만 통 상담
- 하루 평균 20번 내담자와 만남
- 최근 사회생활 부적응 남성 급증
- 통화후 극단적 선택소식 충격도
- 거리·학교서 자살 예방 캠페인

“오늘 라디오 뉴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40대 남성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혹시 엊그제 상담했던 그분은 아닌지, 제발 그분이 아니어야 하는데 걱정과 불안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3시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부디 그분이 아니길 기도합니다.”

‘사회복지법인 부산생명의전화’가 올해로 개원 40주년을 맞았다. ‘도움은 전화처럼 가까운 곳에, 그리고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비전과 사명 아래 부산생명의전화는 시민 자발적 자원봉사의 원조로, 지역사회 내 사회복지법인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0년 동안 상담 봉사에 참여한 부산시민은 자그마치 2000여 명. 그리고 2000여 명의 부산시민이 수화기 너머 고달픈, 때로는 극단적이고 무섭기도 한 47만 통가량의 상담을 받았다.
   
시민 자발적 자원봉사의 원조인 사회복지법인 부산생명의전화가 올해로 개원 4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부산생명의전화 관계자들이 시내 중심가에서 자살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부산생명의전화 제공
■전화 한 통과 밤샘의 가치
밤 11시.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40대 초반의 남성이 부산생명의전화에 전화를 걸어왔다. 이 남성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전화했다”면서 극단적인 선택,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유서 작성 등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상담 횟수가 50회가 넘는다는 중견 상담봉사원도 긴장하게 만드는 소개였다. “선생님 전화 끊지 마세요”라는 상담봉사원의 간절한 말이 수십 차례 반복되기를 30분. 그제야 상담봉사원이 연필을 잡고 메모를 시작했다. 이 남성이 개인사를 털어놓기 시작한 것.

전화는 4시간을 훌쩍 넘길 때까지 이어졌고, 상담봉사원의 필사적인 설득 때문인지 “이런 선택을 결심하게 된 이유의 반은 사라졌다. 긴 시간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이 남성은 전화를 끊었다. 상담 봉사를 한 60대 여성은 격한 운동을 한 듯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됐다. 상담봉사원은 “상담 내용은 개인 신상이라 알릴 수는 없지만 상담 결과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며 “부디 오늘 이 전화 한 통이 그분의 인생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뿐”이라고 전했다.

   
부산생명의전화 첫돌 기념 자축회
부산생명의전화의 상담봉사원은 3.3㎡ 남짓 공간에서 헤드폰을 쓰고 ‘내담자(상담 전화를 건 자)’를 만난다. 물론 하루 평균 20통의 상담 전화 중 상담봉사원에게 성희롱을 일삼거나 술에 취해 욕설을 내뱉는 경우도 상당하다. 그래도 상담봉사원들을 가장 민감하게 만드는 것은 뉴스에서 전해지는 자살 소식이다. 자신이 맡았던 내담자가 아닌지 극도로 예민해진다. 부산생명의전화 정은혜 사회복지사는 “내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정신적 충격에 휩싸여 힘들어하는 상담봉사원들이 있는데 그 고충과 충격은 경험하지 않고서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하다”고 말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정 복지사는 “내담자의 발신처를 찾기 위해 경찰 지구대 등이 총동원돼 3시간 동안 동네를 누빈 사례도 있는데, 이후 내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접고 새 인생을 살게 해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며 “우리 상담봉사원들이 내담자를 ‘살렸을 때’ 느끼는 보람은 설득한 노력과 시간의 배가 된다”고 전했다.

■시민을 위한 시민의 자원봉사

   
24시간 전화상담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나누는 부산생명의전화는 1978년 개원했다. 1976년 서울생명의전화 이후 전국에서 두 번째였다. 그해 첫 상담봉사원 교육을 수료했던 77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41기 2591명이 상담 교실을 수료했고, 이 가운데 2276명이 순수 자원봉사 형태로 전화 상담 봉사에 참여하면서 시민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설파’하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199명이 요일과 시간을 나눠 상담 봉사를 하고 있다.

개원 이후 1기(1987년까지) 6만3000여 통이었던 상담 전화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4만8500여 통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연간으로 구분하면 해마다 1만2000여 통, 매달 ‘죽고 싶다’라거나 ‘죽을 거다’는 전화가 1000여 통이나 걸려오는 셈이다. 특히 최근 10년간 남성 내담자가 60%를 넘어서 여성 내담자보다 월등히 많은 점도 개원 초기와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개원 초기만 해도 20대 미혼여성의 전화 상담 신청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최근에는 40, 50대 남성의 전화 상담 신청이 급격하게 늘었다. 부산생명의전화는 사회생활 부적응과 실직 도산 등으로 사회적 정체성을 잃은 ‘고독한 중년 남성’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2016년 한 해 부산의 자살자는 943명으로,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자살자가 많았던 2012년(1050명)보다는 다소 감소했지만 연령을 표준화해 도출한 자살률을 놓고 보면 7대 대도시 가운데서는 인천(23.2%)에 이어 두 번째(23.1%)로 높다. 부산생명의전화는 1998년 11월 자살예방센터 기능을 하는 위기개입상담센터를 개소한 뒤 2002년부터 거리와 학교, 직장 등에서 자살 예방 캠페인을 하고 있다. 부산생명의전화는 또 ‘자살 유족 도움의 전화 상담’도 병행한다.

부산생명의전화는 올해 개원 40주년을 기념해 제33차 한국생명의전화연맹 전화카운슬링대회를 오는 10월 31일부터 사흘 동안 부산 해운대 아르피나에서 개최한다. 또 어두운 밤길을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걸으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생명 사랑 밤길 걷기 제8회 행사’도 다음 달 14일 부산 해운대구 APEC나루공원에서 연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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