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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몰래카메라 범죄 6000여건…“화장실 가기가 두렵다”

일상화된 ‘몰카 공포’

  • 국제신문
  • 송진영 기자
  •  |  입력 : 2018-06-19 19:16:32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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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된 장비 인터넷서 쉽게 구입
- 영상 등 SNS 유포 땐 일파만파
- 피해자 대처 방법 사실상 없어
- 작은 구멍만 보여도 ‘화들짝’
- 불안에 화장실 소등후 이용도

언제 어디서 그리고 내가 찍힐지 모른다는 공포의 몰카. 엄밀히 따지자면 도촬이자 불법 촬영으로 불러야 한다. 곳곳에 ‘창궐’한 몰카는 여성들에게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안심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었다. 원래 누군가와 짜고 상대방을 속이는 상황을 연출했던 ‘몰래카메라’가 이젠 여성의 인생을 파괴하는 범죄의 도구가 됐다. 급기야 몰카 사건은 성차별, 성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여성들이 매주 거리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관계자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특수 장비로 ‘몰카’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제공
■장비의 진화, 급증하는 ‘불법 촬영’

몰카 범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07년 564건이었던 몰카 범죄는 2015년 7730건으로 폭증했다. 2016년에는 5249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6470건(잠정)으로 다시 늘었다. 전체 성폭력 범죄에서 몰카가 차지하는 비율도 나날이 높아지는데, 2007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3.9%였던 불과했던 몰카 범죄는 2015년 24.9%를 기록했다.

   
부산경찰청이 사용하고 있는 또다른 몰카 탐지 장비.
이처럼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바로 촬영 장비가 진화를 거듭해서이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한 몰카는 요즘 몰카 축에도 못 낀다. 한때 휴대전화 카메라의 셔터음을 무음으로 하는 앱(애플리케이션)이 몰카를 양산한다는 뉴스도 이제는 나오지 않는다. USB 만년필 라이터 손목시계 넥타이핀 자동차 열쇠 등에 탑재된 초소형 카메라(캠코더 기능)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검색하면, 심지어 ‘몰래카메라’를 입력해도 쉽게 살 수 있다. 15만~25만 원 내외의 제품이 주를 이루는데, 직접 온·오프라인 판매자들에게 구매 의사가 있는 것처럼 문의하니 이동형으로는 안경형 캠코더를, 고정형으로는 생수통과 화재경보기 캠코더를 가장 많이 추천했다. 온라인 판매자에게 전화 문의를 하니 “○○제품은 식별도 잘 안 되고, (주변이) 어두워도 잘 나온다”며 몰카의 사용을 위한 문의로 아예 단정하고 말을 했다. 말 그대로 쉽게 사서, 보란 듯이 찍어 대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은 몇 년 전부터 몰카 악용 소지를 고려해 초소형 카메라 판매와 광고를 금지했지만 개별 업체들의 온라인 판매는 계속되고 있다.

■화장실에서 소등해야 하는 현실

   
몰카 영상과 사진은 대개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거나 성관계 등에서 상대방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촬영한 것이 대부분이다. 후자의 경우 피해 여성이 사실상 특정되기 때문에 그 고통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다. 뒤늦게 몰카 피해를 알아도 대처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SNS를 통해 삽시간에 영상과 사진이 살포 수준으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영상 등이 유포되면 피해 여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인터넷상의 이야기는 듣고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전자의 경우 여성들은 다중 이용시설의 화장실 사용 때가 가장 불안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여·31) 씨는 “빌딩 1층에 있는 화장실을 여러 사무실에서 공용하는데,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곳이니 누가 언제 어디에 몰카를 달지 겁나서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조명을 끈다”며 “모텔이나 화장실 탈의실 등지에서 촬영된 적나라한 몰카가 너무 많아 도시철도나 길거리에서 찍히는 몰카는 이제 대수롭지도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몰카 피해자인 대학생 이모(여·22) 씨도 “누군가에게 찍히는 것도 겁나지만 찍는 사람과 눈이 마주칠 때가 더 두렵더라. 찍는 사람이 겁이 나서 도망가야 하는데, 찍히는 사람이 겁을 먹는 게 현실”이라며 “그날 이후 한 달 동안은 도시철도를 탈 생각도 못 할 만큼 너무나 충격적이었는데, 순간 너무 겁이 나서 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못 했다”고 전했다.

공중화장실 칸막이벽에 뚫린 작은 구멍들이 혹시 몰카 구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누군가가 휴지로 하나하나 막아둔 장면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명 ‘몰카 찌르개’가 등장했다. 송곳과 실리콘 등으로, 여성들이 몰카 피해를 스스로 막기 위해 들고 다닌다고 한다. 화장실과 탈의실 등지에서 의심스러운 구멍이 보이면 이를 찌르거나 막아버리기 위해서다. SNS에는 ‘몰카 찌르개’ 인증샷이 유행할 정도니 몰카 불안감은 일상이 됐다.

송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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