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효과 없으면 심리적 타격 커
- 부산항운병원, 재발환자 대상
- 신경계 미세한 전기자극으로
- 대장 등 움직임 조절에 성공

최미순(68) 할머니는 올해 들어 외출이 두려워졌다. 배변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어서다. 외출할 때 성인용 기저귀를 차더라도 지독한 냄새를 동반하는 탓에 소용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외출을 자제하고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운동 부족으로 건강이 나빠지고 매사가 짜증스럽고 우울증도 생겼다.

	부산항운병원 황성환(가운데) 대표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이 변실금 환자에게 천수신경자극술을 시술하고 있다.

변실금은 항문을 통해 대변이 새는 질환으로, 배변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어 화장실에 가기 전에 배변을 보거나 자기도 모르게 배변이 속옷에 묻는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보건복지부 지정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부산항운병원은 최근 괄약근 성형술, 항문보강술 같은 종전 수술적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는 변실금 환자들을 대상으로 천수신경자극술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천수신경자극술은 신경계에 전기자극을 전하는 기기를 체내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 사회성 상실·정신적 고통 동반

변실금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성 상실. 환자의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자체보다 심리적 타격이 매우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변실금은 악취를 동반하므로 요실금처럼 성인용 기저귀 같은 장치가 사회로 복귀하는 데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불안감, 우울감, 자신감 상실과 이로 인해 사회로부터의 격리로 이어지기 쉽다. 부산항운병원 황성환 대표원장은 30일 “변실금 환자 상당수는 배변 조절 장애로 인한 스트레스로 외출을 꺼리고 심지어 우울증까지 앓고 있어 그 어느 질환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원인 및 진단

변실금은 배변을 조절하고 지지하는 직장( 直腸 ) 구조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항문 근육 또는 신경이 손상되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에도 영향을 받고, 직장이나 항문 수술, 변비에 따른 불규칙한 배변 습관, 심리적 이유도 한몫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유병률이 높아지지만 젊은 환자도 방심할 수 없다.

변실금 진단은 대장내시경, 항문초음파, 항문 내압검사, 배변영화조영술, 대장통과시간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환자가 매일 배변일지를 기록하는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 현행 치료법

직장항문 기능과 해부학적 이상이 없으면 약물치료, 식이요법, 바이오피드백(생체되먹임 치료)을 포함한 보전적 치료를 한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란 항문에 전기 센서가 달린 기구나 풍선을 넣어 항문 근육을 강화하고 직장의 감각을 되살리는 재활치료법이다. 직장항문 기능과 해부학적 이상이 있는 경우 손상된 괄약근의 양 끝을 겹쳐서 붙여주는 괄약근 성형술, 회음부 성형술, 자가 지방 이식을 통한 항문보강술 같은 수술적 치료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보전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재발하는 적지 않은 환자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 천수신경자극술, 새로운 대안

천수신경은 항문괄약근, 골반저근, 대장 등의 움직임을 관장한다. 이 신경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가해 변실금, 요실금 같은 배변 장애를 겪는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법이다. 이 수술법은 2000년 유럽을 시작으로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전기자극을 보내는 자극기는 환자 엉덩이 위쪽 피부 아래에 이식하고, 전극선은 천수신경과 연결된다. 외부에서 환자가 모니터로 기계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를 점검하고 전기 자극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기계가 작아 최소침습적 시술로 몸 안에 이식이 가능하다.

황 원장은 “6개월간의 변실금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던 60대, 80대 환자 등에게 천수신경자극술을 시술했더니 외출을 꺼리던 환자가 외출에 자신감을 회복해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을 정도로 수술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천수신경자극술 건강보험 적용은 6개월간 치료를 받고도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국한된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도움말=황성환 부산항운병원 대표원장·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