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노인인구 15.4% 고령사회
- 아프면 의료·복지 사회비용 급증
- “여가 땐 그냥 쉰다”는 비율 66%
- 바우처 등 제도권 복지 수혜 5%뿐
- 市, 새로운 지원시스템 고민해야

54만7000명. 올해 부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다. 부산 전체(353만)의 15.4%에 달한다. 부산은 2022년 10명 중 2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노인이 약봉지 대신 아령을 든 사회를 떠올려보자. 운동으로 신체능력을 향상하면 고혈압과 당뇨로 골골대는 환자가 줄어든다. 우울·고독감을 떨쳐낼 수도 있다. 의료비와 복지비로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스포츠 복지가 고령도시에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노인들이 지난 1일 오후 부산시청 뒤편 녹음광장에 앉아 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화영 기자

■노인 100명 중 2명만 스포츠 즐겨

지난 1일 오후 2시 부산시청 녹음광장.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린 노인들이 돗자리에 둘러앉았다. “평소 어떤 운동을 즐기시냐”고 묻자 침묵이 흘렀다. “집과 이곳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전부지, 무슨 운동을 따로 하겠노.”(김상섭 씨·73) “50대까지는 가끔 족구라도 했지. 이젠 다치는 것도 걱정되고, 할 줄 아는 운동도 없고….”(이모 씨·74)

	같은 장소에서 일주일 3번 열리는 댄스강좌에 참여하는 모습. 부산에는 노인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이트볼이나 수영은 어떠냐’고 묻자 “그건 부자 노인들이나 부리는 사치”라고 했다. 대화를 나눈 6명 중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운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광장에 모인 인파는 얼핏 보기에도 200명이 넘었다. 대부분 장기나 바둑을 두거나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전경기(80) 씨는 “안 아픈 곳이 없다. 병원에 가면 다시는 못 나올 것 같아 근처에도 안 간다”며 “운동하면 건강해지겠지만, 여태껏 우리는 먹고사는 것 때문에 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여건만 되면 운동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오후 3시30분 신나는 음악이 흐르며 댄스 수업이 진행됐다. 한동안 쭈뼛거리며 망설이던 이들은 이내 강사의 몸짓을 따라 했다. 30명이 넘었다. 박모(여·70) 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월·수·금 1시간씩 이런 프로그램을 한다”고 전했다.

부산 노인들은 얼마나 운동을 할까. 아직 자세한 연구는 없다. 다만 지난해 부산복지개발원이 내놓은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노인복지실행 계획’에 포함된 ‘지난 1년간 여가문화활동 참여율 및 주된 활동(1순위)’조사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전국 7대 특별·광역시 노인 1만172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 조사인데 ▷문화예술 관람 ▷문화예술 참여 ▷스포츠 관람 ▷스포츠 참여 ▷관광 ▷휴식 등 8개 항목 중 가장 많이 참여한 취미 활동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결과는 놀랍다. 부산 노인 66.8%는 휴식이라고 대답했다. 광주(67.8%)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비율이 높았다. 100명 중 66명이 그저 쉬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뜻이다. ‘스포츠 참여’는 2.2%로 전국 꼴찌다. 울산은 9.3%, 서울은 8.9%였다. 부산은 전국평균(4.7%)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적은 운동 참여는 낮은 건강 만족도로 이어졌다. 시·도별 건강상태 만족도에서 ‘만족’ 응답은 부산이 19.6%였다. 대전(37.4%) 광주(31.5%)가 높았고 전국 평균은 27.7%였다.

■열악한 노인 스포츠 인프라

운동이 좋다는 걸 모르는 노인은 없다. 문제는 여건이다. 부산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영국이나 캐나다에서는 노인이 바우처(복지 수혜 대상자들이 각종 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지급하는 쿠폰)를 제시하면 집과 가까운 스포츠센터에서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이런 바우처사업을 시행 중이다. 총 10개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노인 체육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노인 맞춤형 운동서비스(내 나이가 어때서)’의 하나이다. 마루운동(에어로빅·웨이트트레이닝)과 수중운동(아쿠아로빅·수영)을 이용할 수 있다. 수중운동의 경우 월 1만 원의 본인부담금을 내면 9만 원을 국비로 지원한다.

지난해 10개 바우처 사업에 월 평균 1만4006명이 참여했다. 이 중 노인 프로그램 참가자는 1450명에 불과했다. 대다수 바우처 사업은 수요가 많은 아동층에 맞춰져 있다. 부산시는 대신 16개 구·군의 25개 노인복지관에서 전통춤·요가·스트레칭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복지관에서는 야외 게이트볼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지난해 하루 평균 2만8550명의 노인이 게이트볼장을 이용했다. 바우처사업과 복지관을 합쳐도 전체 노인(54만7000명) 중 제도권 스포츠 복지의 혜택을 받는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스포츠 복지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성대 김수영(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산만 더 투입한다고 해서 노인들이 스포츠에 갑자기 관심을 가지진 않는다”며 “체육학과를 졸업한 청년이 노인의 운동을 1 대 1로 관리하는 제도 신설을 검토해 볼 만하다. 청년 일자리 문제와 노인 복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동의대 하재봉(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전쟁과 급격한 산업화를 거친 세대여서 공교육에서 체육활동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며 “부산의 지역색을 살려 해양레포츠에 참여하게 하면 노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초급단계의 스킨스쿠버나 윈드서핑 프로그램부터 해보자”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시·도별 1년간 여가문화활동 참여율 및 주된 활동  (단위:%) 지 역 문화예술관람 문화예술참여 스포츠 관람 스포츠 참여 관광 취미오락 휴식 사회 활동 계 전 국 0.2 2.5 0.4 4.7 0.6 16.4 63.7 11.4 100.0 (1만172명) 서 울 0.8 2.7 0.4 8.9 1.1 16.6 56.8 12.8 100.0(1819명) 부 산 0.5 0.7 0.5 2.2 0.8 17.9 66.8 10.7 100.0(744명) 대 구 0.4 5.6 1.6 5.8 0.0 15.5 62.5 8.5 100.0(471명) 인 천 0.3 4.0 2.1 5.2 0.1 19.2 58.8 10.3 100.0(458명) 광 주 0.3 2.4 0.0 4.7 0.0 12.4 67.6 12.6 100.0(256명) 대 전 0.1 4.2 0.6 3.0 0.7 20.9 63.3 7.2 100.0(247명) 울 산 0.0 5.1 0.4 9.3 1.8 24.8 55.1 3.5 100.0(149명) ※자료 : 부산복지개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