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아줌마가 내가 제일 아끼는 진주 귀걸이를 훔쳐 갔어." "밤마다 어떤 남자가 방에 들어와서 쳐다보고 있어."

치매 환자는 여러 종류의 망상과 환각, 착각을 보이며 이에 따른 불안, 슬픔, 공포, 분노를 표출한다. 당황한 보호자는 반복된 설명으로 현실을 인식시키려 하지만 거의 통하지 않고, 거듭된 실패는 오히려 보호자를 지치고 좌절하게 만든다. 이런 문제는 치매 환자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정상인과 다른 데서 비롯된다.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지 못 하는 뇌는 환경의 급격한 변화, 스트레스 상황에서 옛 기억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심하면 과거 시점으로 돌아간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를 과거에서 현실로 끄집어내려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기 쉽다. 오히려 그들의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여 자존감을 지켜주고 그 안에서 스스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산의료원 신경과 주환 과장과 임상노화연구소는 치매 환자의 문제행동과 대응 및 대화 매뉴얼을 만들었다.

치매 환자가 쉽게 화내고 짜증 내며 심한 욕설을 할 때 다투거나 대립하지 말고 위로와 격려의 다독임이 필요하다. 동시에 신체적 불편함은 없는지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해준다. 치매 환자가 같은 질문을 반복할 경우 전달할 이야기는 간단하고 단순한 용어로 하고 할 일이나 약속, 집안 대소사는 미리 말하지 않는 게 좋다. 자주 궁금해하는 것은 달력에 적어둔다.

치매 환자가 아무 데서나 옷을 벗으려고 할 때 비난하지 말고 '조금 있다가'라는 말로 주의를 환기시킨 뒤 사생활이 보장되는 곳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활동으로 관심을 돌린다. 신체적 불편함(화장실이 급하거나 더운지)이 있는지 확인한다. 치매 환자가 집안의 물건을 숨길 경우 자신의 물건을 담을 작은 상자나 보석함을 마련해준다. 자주 없어지는 물건은 여분을 만들어 두고 사용하지 않는 서랍, 방문은 잠그고 모든 쓰레기통은 뚜껑을 덮어 두고 비우기 전에 확인한다.

주 과장은 "환자의 호소에 '왜'라고 다그치지 말고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대화를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호소하는 핵심적인 말을 보호자가 적절히 가공해 다시 들려주고 환자의 목소리 톤이나 표정까지 따라 해 공감해줌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이해받고 있다는 위안을 느끼게 하라는 뜻이다.

오상준 기자

치매 환자가 "청소 아줌마가 내가 제일 아끼는  진주 귀걸이를  훔쳐 갔어" 라고 말할 때 이렇게 반응하지 말고  보호자 : (서랍장을 확인 후) 여기 있잖아요.  훔쳐가긴 누가 훔쳐갔다고 그래요? 환자 :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거냐! 누가 다시 서랍에 살짝 넣어 둔 거야! 보호자 : 어머니, 왜 청소 아줌마가 그걸 훔쳐 갔다고 생각해요? 환자 : 걸쳐 보고 싶어서 그랬겠지. 원래 행실이 안 좋은 사람이야! 보호자 : 그분은 그런 분 아니에요.  환자 : 너는 누구 편을 드는 거냐! 내 눈은 못 속여! 이렇게 해보세요 보호자 : 어머니께서 제일 아끼는 진주 귀걸이를요?(다시 들려줌) 아줌마가 언제 훔쳐갔어요?(구체적 질문으로 진행) 환자 : 어제 내가 잠깐 잠든 새 몰래 내 서랍을 뒤졌어.  보호자 : 어머니, 그 귀걸이 누가 사준 거예요? 환자 : 네 아버지가 결혼하고 사준 거야. 평생 네 아버지한테 받아본 선물이라고는 그것밖에 없어서 얼마나 아꼈는데…. ☞분노가 받아들여지면 의심을 멈추고 남편에 대한 회상을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