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조하고픈 손가락엔 보석박힌 반지 겹겹이
- 터틀넥 위 목걸이나 니트 위 손목시계에
- 두 개를 줄로 연결한 독특한 반지도 인기

언젠가부터 연예인들이 열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봤을 땐 어색했지만 요즘엔 아예 '열 손가락 반지'라고 부를 정도로 익숙해졌다. 목걸이도 하나가 아니라 길이가 다른 것을 두세 개 겹쳐서 하는 모습이 흔해졌다. 힙합 가수들이 스웨그를 보여주느라 굵은 금목걸이나 다이아몬드가 박힌 과장된 목걸이를 여러 개 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반지, 목걸이 모두 단순하고 가느다란 것을 겹친 연출로 화려함보다는 세련됨을 드러내는 패션 코드로 자리 잡았다.

폴리폴리 레이어드룩

모든 손가락에 다 끼는 만큼 반지에 장식물이 붙어 있는 경우는 드물고 두께가 얇은 것을 주로 선택한다. 반짝이는 보석이 붙어 있다 하더라도 작은 큐빅 사이즈로 튀지 않게 장식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에서 강조하고 싶은 손가락이 있다면 거기에만 보석이 박힌 반지를 겹으로 더 끼기도 한다. 열 손가락에 반지를 다 끼는 대신 한 손가락에 여러 개를 겹치는 레이어드 방식도 눈에 띈다. 게다가 반지는 손가락 끝까지 쑥 끼워 넣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요즘엔 손가락 첫 번째나 두 번째 마디에 끼는 너클(마디) 반지도 인기다. 두 개의 반지를 가느다란 줄로 연결한 독특한 제품도 있다. 이런 제품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체인이 빛을 받아 반짝이거나 찰랑거려서 더 이색적으로 보인다.

폴리폴리 브랜드마케팅팀 김주연 대리는 "주얼리를 레이어드해 옷과 잘 어울리게 하려면 많은 색이 들어가거나 장식이 복잡한 상의보다는 깔끔한 단색의 원피스나 상의에 어울리게 하는 것이 가장 쉬우면서도 예쁘게 보인다"고 권했다. 주얼리에 시선이 집중될 수 있도록 의상으로 조절하는 셈이다. 스트리트룩이나 거친 느낌을 주는 매니시룩에서 여성스러움을 드러내는 포인트로 활용할 수도 있다. 김 대리는 "출근용 복장인 정장에 디자인 자체가 레이어드한 것처럼 보이는 반지 하나를 끼거나 가는 팔찌를 두세 개 겹치는 정도는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폴리폴리의 레이어드 반지. 여러 개가 한데 붙어 있어 하나만 껴서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다. (왼쪽), 폴리폴리의 너클반지. 두 개가 연결된 체인이 있어 움직일 때마다 색다른 느낌을 준다.

조심해야 할 부분은 레이어드 룩으로 연출할 때 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지와 팔찌로 손을 강조하는 레이어드 스타일을 선보였다면 목걸이는 아주 간단하고 깔끔한 것을 착용하는 것이다. 반대로 목걸이를 여러 겹 연출해 몸의 중앙을 강조하고 싶다면 손은 반지 몇 개의 레이어드만으로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 보통은 골드는 골드끼리, 실버는 실버끼리 소재를 맞춰 믹스매치하지만 폴리폴리는 실버와 로즈골드 색깔의 제품을 같이 착용했을 때도 매력적이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폴리폴리 김은진 매니저는 "최근 주얼리 레이어드 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반지와 귀걸이뿐 아니라 시계와 팔찌를 같은 디자인으로 착용하는 것이 유행"이라며 "20·30대는 실버라인을, 40·50대는 골드라인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디디에두보는 비정형적인 파스텔톤 스톤을 목걸이에 사용해 고급스러우면서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디디에두보는 올해의 주얼리 트렌드로 패션 주얼리와 파인주얼리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이 가장 주목할 점이라고 밝혔다. 패션주얼리는 고급스러운 진짜 보석을 쓰는 파인주얼리와는 다르게 취급돼 왔다. 그러다 파인주얼리 특유의 부담스러운 느낌이 줄어들고 패션주얼리가 적절한 가격의 원석을 이용해 고급스러워지면서 간극이 줄어들었다. 세련된 디자인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여심을 흔드는 셈이다. 이전에는 강렬한 색상의 원석을 쓰거나 형태가 튀었다면 올해는 여성스러워 보이는 가녀린 라인과 곡선을 잘 살린 형태의 디자인이 많이 출시됐다. 디디에두보는 반지와 목걸이에 쓰는 스톤의 모양을 사각과 삼각이되 비정형적인 모습으로 디자인하고 모서리도 약간 둥글게 해 부드러운 느낌을 살렸다.

필그림의 기하학적인 반지. 한 손가락에 겹치거나 열 손가락에 하나씩 착용해도 잘 어울린다.

원석의 색상도 올해 유행인 블루를 비롯해 탁 튀는 원색보다는 부드럽고 흐린 파스텔톤이 많이 쓰인다. 색이 부드러워서 원석의 크기가 조금 크다 하더라도 덜 부담스럽고 청순한 느낌을 준다. 불투명한 우윳빛 같은 문스톤, 사파이어, 반투명한 핑크나 장밋빛의 로즈쿼츠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비정형적 아름다움에 대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양쪽 귀걸이의 모양이나 크기가 다른 언밸런스 이어링을 하거나 한쪽에만 귓바퀴를 보석으로 감싼 듯한 느낌을 주는 이어 커프를 착용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디디에두보 김미중 수석 디자이너는 "겨우내 입게 되는 터틀넥 위에 긴 목걸이를 하거나 니트 소매 위에 팔찌를 끼는 것이 유행이다. 무채색 겨울 패션의 포인트로 주얼리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올해의 복고 포인트 중 하나는 10여 년 전 니트 스웨터 위에 손목시계를 차던 것이 돌아온 것"이라며 "시계는 팔목을 다 가릴 만큼 큰 헤드보다는 약간의 볼륨감이 있는 디자인이 더 세련돼 보인다"고 의상과 조화를 이루는 코디법을 알려줬다.

취재협조=폴리폴리, 디디에두보, 필그림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