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산부산대병원 시범사업
- 의료취약계층 접근성 해결

보건복지부 방문규 차관이 지난 25일 장애인단체장들과 함께 장애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양산부산대병원과 원격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인 자택 및 장애인복지관을 직접 찾았다.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위한 원격의료 서비스 모델을 점검하고 원격의료 제도와 법 개정 방향에 관한 장애인과 의료진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다.

양산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김수연 교수가 병원에서 원격진료를 통해 장애인 환자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경남 양산 동면 석금산로 67 단독주택 2층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김백련(85) 씨의 집. 김 씨는 인공호흡기를 단 채 안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유영경 방문간호사가 원격의료 프로그램이 깔린 스마트폰으로 산소포화도 혈압 혈당 맥박 등 환자의 상태를 양산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김수연 교수,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의 의사에게 보고하고 원격협진을 중개했다. 김 교수가 환자의 식사와 변 상태를 묻자 "아침저녁 두 끼를 드시고 점심 때는 우유 같은 간식을 드신다. 변이 검다"는 가족의 대답이 돌아왔다. 김 교수는 "변이 검게 나오는 것은 장 출혈이나 빈혈이 의심되므로 가까운 시일 안에 병원에 들러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유 간호사에 부탁해 스마트폰 화면으로 환자 눈의 충혈 상태를 확인했다. 김 씨 가족은 "양산부산대병원까지 차량으로 10분도 안 걸리지만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데다 거동이 불편해 사설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다 오려면 한 번에 30만 원가량 비용이 들었다"며 "지난 9월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도입된 이후 병원에 가지 않고도 간단한 관리와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아주 편리하다"고 말했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김백련 씨가 지난 25일 경남 양산 자신의 집에서 간호사의 중개로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

현재 이뤄지는 중증장애인 원격진료 서비스 모델은 의원-병원-간호사 간 원격협진을 통해 중증장애인의 합병증과 후유증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현행 의료법(34조 원격의료)상 의사와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 간 원격의료는 허용되고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는 허용되지 않아 간호사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중개하는 형태다. 복지부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 18,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도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1차 의료기관 활성화 차원에서 병원만 가능한 일부 환자를 제외하고 동네 의원만 허용하고, 원격의료만 하는 의료기관의 운영을 금지했다. 이용 가능 대상 환자도 ▷군·교도소 등 특수지역 환자 ▷의료기관과 거리가 먼 도서·벽지 주민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 및 정신질환자 ▷수술·퇴원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로 국한했다.

장애인 원격의료 시범사업 설명회가 보건복지부 방문규 차관 주재로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양산부산대병원이 주관하고, 부산 경남지역 의원 2곳과 재가장애인 40명, 복지시설 거주 장애인 71명, 장애인복지관 3곳 이용 장애인 57명 등 장애인 168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노환중 양산부산대병원장이 설명했다.

방 차관은 "원격의료는 도서벽지 주민이나 노인 장애인 같은 의료취약계층의 의료복지를 실현하고 만성질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추진고 있다"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장애인의 의료접근성 문제가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