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슈퍼박테리아, 다제내성균에 관한 보도가 자주 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란 치료 가능한 항생제가 없는 세균을 통칭하는 말이지만 다제내성균은 여러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으로, 치료제가 제한적이어서 두 용어는 구분돼야 한다. 최근 슈퍼박테리아라고 언론에 보도된 균은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Carbapenem Resistant Enterobacteriaceae). 이 균이 중요하게 대두된 것은 2009년 이후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카바페넴분해효소생성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arbapenemase-producing CRE)이 유럽으로 전파되면서부터다. 지난해 우리나라 표본감시 자료를 보면, 혈액검체에서 320여 건, 혈액 외 검체에서 2200여 건이 분리됐다. CRE의 위험인자인 장기입원 환자가 많은 장기 요양병원의 실태는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CRE 확산 가능성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0일 의료 관련 감염병(다제내성균) 관리지침을 발표했다. 환자 발생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발생한 환자를 격리하며, 접촉자에게 보균검사를 하는 게 핵심이다. 입원 중에는 왜 다제내성균 보균자를 격리해야 할까? 보균자는 균을 배출해 주변의 환경이나 기구 등을 오염시켜 다른 환자에게 전파될 수 있다. 또 치료 목적으로 중심정맥관, 인공호흡기, 소변줄 등을 사용하거나 감염증 치료를 위해 항생제 치료를 하는 중환자와 면역 저하자에게 이 균이 생기면 치료 항생제는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1인실 또는 같은 균을 배출하는 환자들끼리 같은 병실에 격리하게 된다. 다제내성균은 접촉을 통해 감염되고, 기침이나 공기를 통해 전파되지 않아 음압격리실에 격리할 필요는 없다.

다제내성균뿐 아니라 모든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손 씻기. 한 조사에 따르면, 화장실을 이용한 뒤 비누와 물로 손 씻는 경우는 29.5%에 불과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라고 하더라도 손을 씻지 않은 상태에서 3시간이 지나면 수십 배로 증가한다. 손을 씻을 때는 알코올 손 소독제로 15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깍지 손가락 엄지손가락 손톱 밑 순으로, 물과 비누로는 30초 동안 씻으면 된다. 하루 24시간 중 아주 적은 시간만 투자해 손만 잘 씻어도 감염병의 60~70%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불필요한 면회를 제한해야 한다. 병원에 아는 사람이 입원했다고 하면 가족 등 10명 이상의 면회가 이뤄지는 게 다반사다. 병원 내 환경에는 다제내성균이 많으므로 모르는 상황에서 감염병을 얻을 수 있고, 면회객이 보유하고 있는 감기 바이러스 등을 통해 면역 저하자에게 폐렴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영상통화나 메신저 등을 활용한 'IT 면회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김계형 부산대병원 감염관리실장·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