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병률 13년새 7배나 급증
- 고령사회·식습관 변화 등 원인
- 초기 발견 땐 대부분 완치 가능
- 병기따라 수술·방사선 등 시행

곽모(68) 씨는 요즘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을 본 뒤에도 개운하지가 않았다. 배뇨 시 조절도 어려워져 바지에 실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 받은 전립선비대증 수술의 후유증이라 여기고 참았던 그는 최근 병원을 찾았다가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곽 씨는 "그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증상이라 생각했지 암일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전립선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관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가파른 증가세 '빨간불'

최근 대한비뇨기과학회와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오는 5일 전립선건강의 날을 맞아 국내 전립선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립선암 바로알기 주간'을 선포했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 있는 남성의 생식기관이자, 호르몬기관이다. 밤톨만 한 크기로 정액의 많은 양을 만들고 저장하며 소변과 정액이 지나가는 요도를 감싸고 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홍성후(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홍보이사는 "주로 노화와 서구화된 식생활로 생기는 전립선암은 내년부터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50대 이상 남성, 가족력이 있는 40대 이상 남성 등의 고위험군은 전립선암 예방관리와 조기발견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전립선암은 최근 갑상선암에 이어 발병률과 발생속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남성암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남성암 발생순위 10위에 불과했으나 이후 무서운 속도로 증가해 2013년에는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에 이어 5위로 올라섰다. 특히 2013년 한 해에만 9515명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2000년 1304명과 비교하면 13년 사이 7배 이상 급증했다. 50대 이상 남성이라면 전립선암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이다.

■초기 발견 시 생존율 100%

전립선암의 가파른 증가세는 ▷고령 인구의 증가 ▷식생활 문화의 서구화 ▷전립선특이항원 (prostate-specific antigen·PSA)을 포함한 진단 기술의 발달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립선특이항원은 전립선의 상피세포에서 합성되는 단백분해 효소로 전립선 이외의 조직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아 전립선암을 발견하는데 유용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암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적어도 1년에 한 번 검사를 권하고 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조진선(한림대성심병원 비뇨기과) 회장은 "전립선암은 매년 1회 간단한 검사를 통해 조기검진이 가능하며 암이 전립선 내에 국한된 초기일 경우 치료 후 생존율이 100%에 달한다"며 "하지만 전립선을 넘어간 진행암인 경우 5년 생존율이 38.6% 정도로 크게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보통 초기 전립선암은 증상이 없다. 따라서 대부분 전립선특이항원검사나 직장수지검사에서 발견되며 전립선 생검(조직검사)을 통해 확진된다. 전립선암은 종양의 크기와 범위, 림프샘 전이 여부에 따라 병기(진행단계)를 나눈다.

전립선암의 치료는 병기에 따라 기대요법(자연요법), 수술적 요법, 방사선 치료 또는 호르몬(남성호르몬 차단) 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비뇨기과 강필문 교수가 환자와 전립선 건강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비뇨기과 강필문 교수는 "전립선암의 병기와 분화도, 환자 연령 및 기대 여명(餘命), 전립선암의 치료 필요성에 대한 환자의 생각, 의사의 견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치료법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개복 수술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흉터와 부작용을 줄인 로봇수술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전립선은 배 가장 아랫부분, 골반 안쪽 깊숙이 자리해 있는 만큼 수술 부위가 매우 좁다. 전립선암 수술은 암 제거와 동시에 방광과 요도 연결, 주변 신경 및 괄약근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전립선암 수술 후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요실금이다. 수술 시 요도 괄약근이나 발기신경을 침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음낭과 항문 사이를 절제해 전립선을 적출하는 회음부 전립선 절제술이 도입돼 합병증 걱정이 줄었다. 하지만 이는 초기 전립선암 환자에게만 적용된다는 단점이 있다. 강 교수는 "전립선암은 '착한 암'이 아니다"며 "초기라도 악성도가 높을 때는 진행 속도가 빠르고 재발 위험 또한 높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강필문 고신대복음병원 비뇨기과 교수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