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아동 때부터 이어지나
- 스트레스 인한 후천적 발생도
- 약물과 심리치료 병행해야

김지호(34) 씨는 몇 년 전 대기업에 취직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식당을 열었다. 창업 이후 생각만큼 잘 되지 않자 접고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단조로운 업무에 식상함을 느껴 다시 그만두고 학원 강사를 하다 지금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나영(25) 씨는 지난해 대학 졸업 후 입사한 회사에서 간단한 업무에도 실수가 잦고, 해야 될 일을 자주 잊어버린다. 평소 정리정돈을 못하고, 자기 관리가 되지 않아 스트레스가 많다. 이를 줄이려고 애를 써봤지만 잘 되지 않아 밤에 폭식을 하기도 한다. 운전할 때도 차선 변경 및 신호위반을 자주 반복해 과태료를 내는 경우가 잦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잦은 감정 기복, 욱하는 성질, 변덕스러움에 참을성이 부족하다. 스트레스가 많은 이런 성인들을 두고 성격으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단순 문제가 아니라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이하 성인 ADHD)일 수 있다. 소아 청소년 질환으로 많이 알려진 ADHD가 의외로 성인에게도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성인의 3%인 120만 명이 ADHD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이윈의원 정성호 원장은 "성인 ADHD 환자는 흔히 12세 이전부터 증상을 갖고 있다"며 "초등학교 시절 산만하고 집중을 잘 못했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했을 경우 성인이 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바뀌어 나타난다"고 말했다.

■성인되면서 증상 바뀌어

ADHD의 대표적인 3가지 증상은 ▷산만하고 부주의함 ▷과잉행동 ▷충동성이다. 산만하고 부주의한 증상의 경우 어린 시절에는 정리정돈을 잘 하지 못하고,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집중을 유지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인다. 성인이 되면 일을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렵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을 미루다 끝까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시간 관리를 잘 하지 못하고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과잉행동적인 측면에서 보면 어릴 때에는 과도하게 뛰어오르거나 꿈틀대고 꼼지락거리면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행동, 말이 많고 얌전하게 있는 것이 어려운 모습을 보인다. 성인이 되면 활동적인 직업을 고른다거나 일중독에 빠지기 쉽고 과도하게 책임을 지려는 등 강박적인 양상으로 변하기도 한다. 충동적인 면에 있어서는 짜증을 잘내고, 차례를 기다리기가 어렵고, 다른 사람의 말에 끼어드는 모습을 보이던 어린시절에서 어른이 되면 직장을 충동적으로 그만둔다든지, 감정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끊거나 다혈질적이고 쉽게 화를 내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3가지 증상 중 과잉행동 및 충동성은 나이가 들면서 많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나 부주의함은 지속적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한 기능적 손상은 3가지 증상 중 부주의함, 충동성 증상이 나이가 들면서 많아질 가능성이 많다

■약물·감정코칭 등으로 치료

ADHD의 원인은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판단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전전두엽의 기능 부족으로 알려져 있다. 집중력과 관련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의 불균형이 증상을 야기하기도 한다.

치료는 전전두엽의 기능과 집중력 관련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일차적으로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국내에서 처방하는 대표적인 약물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메칠페니데이트' 계열 약물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아토목세틴'을 주로 사용한다.

이외에도 나 스스로의 부정적인 자아상을 교정하는 개인심리치료, 나를 힘들게 하는 잘못된 생각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 사람들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대인관계훈련, 나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감정코칭 등을 병행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정 원장은 "최근에는 성인이 된 후 과다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후천적으로 성인 ADHD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초부터 65세 이하 성인 ADHD 환자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ADHD 치료제의 경우 지금까지는 6세 이상 10세 이하 환자에게만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보건복지부는 환자 부담이 1인당 5개월 투약주기 기준 약 60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도움말=정성호 아이윈의원 원장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