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피임법은 실패 확률 높아
- 정·난관수술 영구적 피임효과
- 부작용 적고 일상 복귀 빨라

저출산은 사회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고령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반대로 출생률은 떨어지면서 '인구지진(agequake)'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 산아 제한 캠페인 문구처럼 '덮어놓고' 낳을 수는 없는 일. 어느 때보다 가족계획을 통한 출산이 가정에서나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26일 피임의 날을 맞아 개인의 상황에 맞는 피임법에 대해 알아보고 현명하게 가족계획을 수립해 실천해보자.

	좋은문화병원 산부인과 강태경 과장이 피임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방법 만큼 효과도 다양

피임법은 간단히 복용하는 알약부터 수술까지 다양하며 그 효과 또한 다르다. 크게 호르몬 피임법, 비호르몬 피임법, 응금피임법, 불임시술로 나뉜다.

호르몬 함유 피임법은 알약 형태의 경구제제, 주사제, 피하이식제제(임플라논), 패치, 몸 안에 설치하는 자궁내장치(미레나) 등이 있다. 종류별로 적용방법과 형태, 작용기간 등은 다르지만 원리는 동일하다. 인체에 여성호르몬 혹은 황체호르몬을 투여해 배란 억제, 자궁내막 억제를 통한 착상 예방, 자궁경부 점액의 점도를 증가시켜 정자의 이동 억제 등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호르몬 피임법은 피임의 목적뿐만 아니라 월경통, 월경과다의 감소, 빈혈 예방, 난소낭종의 감소, 자궁선근종 자궁내막증 통증치료 등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만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비호르몬 피임법으로는 콘돔을 비롯해 구리가 장착된 자궁내장치 등이 있다. 콘돔은 피임뿐 아니라 에이즈(AIDS)를 포함한 성매개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구리 자궁내장치는 구리성분이 자궁과 난관에 방출됨으로써 살정효과를 증대시킴과 동시에 기계적으로 정자의 활동을 방해한다. 구리 대신 호르몬을 함유해 만든 것이 '미레나'이다.

응급피임법 또한 방법적인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황체호르몬을 이용한 응급피임약을 복용하거나 착상 이전에 구리 자궁내장치를 사용하는 것이다. 좋은문화병원 산부인과 강태경 과장은 "응급피임법은 임신율이 20~35% 이상으로 매우 높다. 반대로 말하면 피임실패율이 높다는 뜻"이라며 "따라서 응급피임법은 응급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하며 일반적 피임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영구적인 피임효과 원한다면

앞서 소개한 피임법은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길어도 몇 년에 그친다. 영구적인 피임효과를 원한다면 수술적인 방법을 고려하는 게 좋다.

남성에겐 정관수술이 있다. 이는 정관을 자르고 잘린 정관의 두 끝을 꿰매 정자의 이동을 차단하는 수술이다. 최근에는 잘려진 정관의 단면을 전기나 레이저로 지지고 묶는 방법을 사용한다. 다른 피임법보다 효과가 확실하며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장점이 있다. 수술 후 고환에서 생성되는 정자들은 부정관에 머물러 있다가 효소의 작용으로 녹아 체내에 자연 흡수된다. 부작용도 있다. 정관의 혈관에 출혈이 있을 때 발생하는 혈종, 수술 후 감염, 고환통 등이 그것이다. 국소마취 후 10분 정도의 간단한 시술을 하면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합병증이 발생빈도가 적고 약물치료나 외과적 처치를 통해 치료 가능하다. 최근에는 봉합을 하지 않을 정도로 상처부위가 작아 감염위험이 적은 무도정관수술법도 선호되고 있다.

난관수술은 여성의 몸에서 한 달에 한 번 배출되는 난자의 이동을 막아 수정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것으로 전기소작법과 링을 사용한 방법이 있다. 전자는 전기를 이용해 난관을 지지는 방법인데, 시술 후 통증이 적고 합병증의 발생 빈도도 적다. 다만 전기적 손상이 생길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후자는 실리콘으로 만든 작은 링으로 난관을 묶는 방법이다. 가장 많이 쓰이며 무엇보다 실패율과 부작용이 적고 난관복원 가능성도 다른 방법에 비해 높다. 대개 수술시간은 15~20분 정도이며 수술 후 2~3시간 후에 바로 퇴원이 가능하지만 시술 후 약간의 통증이 있는 것이 단점이다.

좋은문화병원 비뇨기과 이혜영 과장은 "최근에는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불확실한 정보를 믿고 지레짐작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도는 개인에게 적합한 피임법을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말=좋은문화병원 산부인과 강태경 과장·비뇨기과 이혜영 과장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