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 급증
- 유발 유전자 있다는 학설도

- 탄수화물 섭취 줄이고
- 저과당 식이요법으로 조절

30대 회사원 백모 씨는 최근 건강검진 결과 간수치가 만성적으로 약하게 상승돼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 보니 지방간이 있다는 소견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평소 별다른 증상도 없었고 체질적으로 술이 받지 않아 거의 마시지 않는 데다 체중도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간 유발 유전자도 있어

지방간은 글자 그대로 간에 지방이 많이 끼어있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간은 원인에 따라 크게 알코올 지방간과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분류한다. 전자는 대부분 음주를 중단하면 호전된다.

특히 초기에 음주를 중단하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중단하는 것이 좋다. 완전히 끊는 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음주량을 줄인다면 지방간에서 섬유화의 진행을 거쳐 간경변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반면 술을 마시지도 않고 전혀 비만인 것도 아닌데 지방간을 진단받는 사람이 종종 있다. 이러한 경우는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우선 신체질량지수(BMI)로는 비록 정상 범위에 있을지라도 내장지방의 양이 많은 형태의 지방축적이나 지방축적과는 무관한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경우이다. 서구화된 식생활이 자리잡으면서 칼로리 섭취는 느는데 반해 운동이나 육체노동은 줄어 잉여칼로리가 지방의 형태로 간에 저장되는 비알코올 지방간의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1988년 7%였던 지방간질환은 2007년 28%까지 증가했다. 20년간 3배나 증가한 것이다.

사람에게 지방간을 유발한다는 유력한 유전자(PNPLA3, TM6SF2) 2개가 발견됐다는 최근의 연구도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 이 유전자가 어떤 타입을 가지느냐에 따라 지방간, 지방간염, 간암이 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 유전자는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 인슐린 저항성, 대사증후군, 비만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좋은강안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이동현 소장은 "비알콜성 지방간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간기능 검사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거나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 소견을 발견하는 경우가 제일 흔하다"며 "이 때문에 당뇨나 비만이 있는 사람은 간기능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간 환자는 관상동맥 및 뇌혈관 질환의 유병률이 높고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제2형 당뇨병이나 고혈압, 만성 콩팥질환 위험도가 높고 흔치는 않지만 지방간염으로 진행하고 나아가 간경변증과 간암이 발생할 수 있다.

■저과당 식이·약물요법

좋은강안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이동현 소장이 복부초음파 검사 결과를 보며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흔히 성별, 나이, 체중 및 활동량에 따라 하루 권장에너지 섭취량은 달라지지만 한국인 성인남녀의 경우 각각 대략 2000~2500, 1700~2000㎉를 권고한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서 식이조절은 우선적으로 총 에너지 섭취량을 하루 400~500㎉ 감소시키는 것을 권장한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우리나라 환자의 탄수화물 섭취를 총 에너지 섭취량의 40~50% 미만으로 제한하고 저과당 식이요법을 추천한다. 과당은 탄산음료나 과일주스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세포에서는 인슐린과 상관없이 대사되고 저장되지 않으며 지방산 생성을 촉진한다.

운동요법은 체중감량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유익하며 간 내 지방량을 감소시킨다. 흔히 최대 심박수의 50~70%에 도달하는 운동을 30~60분 일주일에 2번 이상, 최소 6주 이상 지속하는 것이 도움된다. 이동현 소장은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이든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든 모든 지방간 환자들에게 운동과 식생활을 통한 생활습관의 개선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면서도 관리하기 어려운 것이 비알코올 지방간의 특징이기도 하다. 지방간의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할 뿐 아니라 동반되는 합병증이 때로는 치명적일 수 있어 최근에는 지방간염 치료를 위한 다양한 약물요법이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약물로 비타민 E와 인슐린 저항성 개선제가 있으나 이는 제한적이어야 하며 장기 사용 시 안정성 문제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는 메트포르민이라는 약물을 포함해 혈당을 적극 조절해야 하며,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 스타틴 및 오메가3 다불포화 지방산 복용을 통한 심혈관계 합병증 예방을 고려해볼 수 있다. 도움말=이동현 좋은강안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소장

조민희 기자

◇ 지방간 관리법 - 하루 권장 에너지섭취량에서 400~500㎉    감소시킨다 - 탄수화물 섭취를 총 에너지섭취량의 40~   50% 미만으로 제한한다 - 탄산음료 또는 과일주스를 줄인다 - 최대 심박수의 50~70% 도달 중증도 운동   을 30~60분 일주일 2회 이상 한다 - 근력 운동 병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