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속 점막 구멍 뚫어 종양 제거

- 수술 후 일주일 내 상처 아물어
- 수술 흉터 없고 통증도 적어
- 젊은 여성 환자들 부담 덜어

가까운 친척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에 휴가를 앞둔 여대생 김모 씨의 가족은 건강을 우선 챙기자고 결심하고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부모님과 함께 온 김 씨는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 그간 특별한 증상이 없었지만 갑상선 종양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정밀검사 결과 갑상선 종양이 확실하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이비인후과 박준욱(가운데) 교수팀이 모니터를 보면서 갑상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구강 내시경 수술을 하고 있다.

우리 몸에서 가장 쉽게 혹이 생기는 곳이 바로 갑상선이다. 다행인 점은 혹이 발견된다고 해도 대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양성종양이고, 1~2% 정도만 악성종양 즉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은 여성에게 더 많이 발병한다. 진행속도가 느리고 치료도 비교적 쉬워 조기 발견하면 100% 완치가 가능하며 5년 생존율이 암 중에서 가장 높아 흔히 '착한 암'이라 불린다.

■입속 점막에 3개 구멍 내 수술

기존 갑상선암 수술 후 목 절개 흉터.

김 씨는 수술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통증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아직 꽃다운 나이에 목에 남을 흉터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이비인후과 박준욱 교수는 김 씨에게 '구강 내시경 수술(TTT)'을 권했다. 그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구강 내시경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후 지금까지 4명의 환자에게 이 수술을 했다.

기존 갑상선암 수술은 목의 정면에 절개를 한다. 그 정도의 상처는 별 것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갑상선암 환자의 적지 않은 수가 젊은 여성인 관계로 이러한 흉터는 환자에게 아주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주로 겨드랑이나 귀 뒤를 통한 접근법 등 다양한 내시경 또는 로봇수술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피부에 큰 절개를 해야 하며 반대쪽 갑상선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고가의 로봇수술 장비와 이에 따른 고비용 수술비 또한 환자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구강 내시경 수술 후엔 목에 흉터가 없다. 사진 오른쪽은 수술 일주일 뒤 구강 내 상처가 아문 모습.

이번에 박 교수가 시행한 구강 내시경 수술은 피부 절개가 전혀 없이 입속 점막에 3개의 구멍을 뚫어 갑상선에 접근한다. 안전한 이산화탄소 가스를 이용해 수술 공간을 확보한 후 내시경과 두개의 기구를 3개의 구멍을 통해 삽입하여 수술한다. 내시경의 확대된 고화질 화면을 통해 후두신경 및 부갑상선 등 주요 구조물을 확실하게 보존하면서 수술을 할 수 있다. 제거한 갑상선 조직은 비닐백(pouch)에 넣어 입속 점막 구멍을 통해 안전하게 몸 밖으로 꺼낸다. <수술 모식도 참조>

■반대쪽 갑상선도 완벽 제거 가능

구강 내시경 수술 모식도

박 교수로부터 구강 내시경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김 씨는 흔쾌히 수술에 동의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수술 다음 날 하루 정도 죽을 먹긴 했지만 이튿날부터는 보통의 식사도 가능했다. 일주일 뒤엔 수술을 위해 뚫은 3개의 구멍의 상처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피부와 달리 구강 점막은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치유 기간이 짧아 일주일 정도면 상처가 완전히 아물게 된다. 따라서 피부에 흉터가 전혀 남지 않으며 회복시간도 빠르고 통증도 덜하다. 특히 정중앙에서 접근하므로 갑상선 전절제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반대쪽 갑상선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갑상선 구강 내시경 수술이 아직 생소하지만 안전성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며 "아직은 초기 갑상선암 환자에게만 수술하고 있지만 점차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구강 내시경 수술은 수년 전부터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태국 중국 등지에서는 실제로 이미 300명 이상의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 좋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 2014년 '사체를 이용한 갑상선 구강 내시경 수술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한 논문을 국제학회지에 개제했으며, 올 하반기에 새로운 논문을 추가 게재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 갑상선암 구강 내시경 수술을 좀 더 보편화시키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갑상선암 구강 내시경 수술

피부 절개 없이 입속 점막에 3개의 구멍을 뚫어 갑상선에 접근. 내시경과 2개의 기구를 3개의 구멍을 통해 삽입 수술. 고화질 화면을 통해 후두신경 및 부갑상선 등 구조물 보존 가능. 제거한 갑상선 조직은 비닐백에 넣어 입속 구멍을 통해 몸 밖으로 꺼낸다.

도움말= 박준욱·인제대해운대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