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를 제공하지만 한편으로는 일교차와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알레르기질환을 야기시킨다. 봄·가을 환절기의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이 바로 계절성 알레르기비염이다.

계절성 알레르기비염은 환절기만 되면 콧물이 줄줄 흐르며 코막힘과 재채기가 반복되고 심하면 코 주변과 눈에까지 가려움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알레르기성 질환은 단순히 코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면역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질병은 면역시스템 항상성의 불균형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인체 면역계는 면역을 억제, 조절하는 메커니즘인 '면역 관용(tolerance)'과 면역을 증진하는 '면역 반응(immunity)'으로 구성된다. 면역계는 이러한 두 가지 면역작용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 면역학적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면역학적 항상성을 잘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몸이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의학에서 말하는 '인체가 음양의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상태'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말은 곧 면역시스템의 균형을 이전보다 더 잘 유지한다는 말이다. 알레르기성 질환은 면역반응이 작은 자극에도 너무 과도하게 반응해 면역반응이 필요 이상으로 심해져 문제가 되는 질환이다.

한의학에서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미세먼지, 바이러스, 세균을 모두 '외부의 사기(邪氣)'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이러한 것들이 우리 몸으로 침입할 때 1차 방어선 역할을 하는 기운을 가리켜 '위기(衛氣)'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런 면역 과민반응은 이런 위기의 기능이 약해진 상태로 보는 것이다.

내부요인으로는 코 점막과 호흡기 쪽으로 한열(寒熱)의 불균형이 작용한 결과다. 코 점막으로의 담음(몸의 비정상적인 체액의 찌꺼기로, 콧물 가래 등)의 분비가 심해진 상태로 볼 수 있다.

반면 '면역력이 강하다'는 말은 외부의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침입에 적절한 면역반응이 잘 작동해 인체가 질환에 노출되지 않고 건강한 상태를 잘 유지하는 힘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한약을 통한 위기의 강화와 담음의 해소, 그리고 한열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바로 우리 몸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할 수 있다.

외줄타기에서 바람이 불어 외줄이 왔다 갔다 하면 줄을 타는 사람도 중심을 잡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외줄이 중심을 딱 잡고 흔들리지 않는다면 줄을 타는 사람도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다. 우리 몸의 면역력도 이와 비슷하다. 중심을 못 잡고 갈팡질팡한다면 면역력에 큰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 올 수 있다. 평소 내 몸의 기운을 강화해 면역력을 길러야 하겠다.

김용훈 박달나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