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 어깨가 아프고 팔이 저리다며 '목 디스크 아니에요'라고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 중 상당수는 디스크 질환이 아닌 '흉곽출구증후군'이다.

목에서 나온 척수 신경들이 모여 '상완신경총'이라는 신경다발을 만든다. 이 신경다발은 목 앞쪽 근육들 사이, 첫 번째 늑골과 쇄골 사이, 가슴에 있는 소흉근이라는 근육이 어깨 쪽에 붙는 부위를 잇따라 지나 팔로 내려간다. 흉곽출구증후군은 이 상완신경총과 쇄골 아래로 지나가는 정맥과 동맥이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부위에서 여러 가지 원인으로 압박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어깨 및 팔과 손이 아프고 팔이 저리고 붓거나 쉽게 피로해지는 느낌이 들며 손이 차가워지는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목디스크로 착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듯싶다.

이런 증상이 왜 일어날까. 우선 외상이나 선천적인 이상에 의해 생길 수 있다. 선천적 이상으로 흔한 것은 '경늑골'이라 하여, 경추 쪽에 늑골(갈비뼈)이 1개 더 있거나 경추 옆의 횡돌기라는 가시 모양의 뼈가 갈비뼈 모양으로 길어져 그것이 신경과 혈관을 압박해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쇄골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생겨 쇄골과 1번 늑골 사이를 지나는 신경과 혈관이 눌려져 생기는 경우도 더러 있다.

외상으로 인한 경우도 있다.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는 행동을 너무 반복하거나 쇄골 또는 늑골의 골절로 인해 신경이 손상되는 경우, 목 앞의 전사각근·중사각근이라는 근육을 다치거나 또는 과사용하여 이러한 것들로 인해 신경과 혈관이 압박을 받아 생기는 경우가 흔한 예다. 이런 원인으로 어깨가 아프고 팔이 저리거나 감각이 이상해지는 증상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환자들은 보통 목, 어깨가 아프거나 감각이 이상할 경우 증상이 가벼우면 단순한 어깨 통증과 팔의 통증, 심한 경우 경추 추간판탈출증으로 오인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흉곽출구증후군은 상완신경총과 혈관이 목과 어깨 사이에 있는 전사각근과 중사각근 사이, 첫 번째 늑골과 쇄골 사이, 소흉근과 앞쪽 흉벽의 사이로 형성되는 출구를 지나가기 때문에 어디에서 신경이 눌리느냐에 그 증상이 제현되도록 자세를 취하고 맥박의 변화나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보는 방식으로 임상적으로 진단한다. 이 질환을 많이 접해본 의사나 한의사의 정확한 진찰이 필요한 이유이다.

진단이나 치료는 전문가와 상의해야 하지만 치료 효과를 높이고 증상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 해야 할 일이 있다. 치료 중에는 우선 되도록 무거운 것을 들거나 잡아당기는 등 힘쓰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증상의 재발 방지를 위해 머리를 뒤로 젖혀서 바라보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오랫동안 팔을 들고 있으면 증상이 재현되므로 피해야 하고 아픈 어깨 쪽으로 가방이나 다른 물건을 매지 않는 것이 좋다. 평상 시 생활과 작업 환경에서 이러한 변화가 있어야 증상을 치료하는 데 빠르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부산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한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