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 감기에 걸리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감기가 아닌데도 잦은 기침을 하는 분들이 주변에 종종 있다. 이럴 경우 '역류성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역류(逆流)는 거꾸로 흐르는 것을 의미한다. 인체에서는 위에서 소화작용을 하는 위산(胃酸)이 역류하여 식도와 후두, 인두 부위를 자극하여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 바로 역류성식도염, 역류성후두염, 역류성인후염이다.

역류성식도염 증상은 가슴쓰림과 신물오름이 나타나고, 역류성후두염과 인후염 증상은 헛기침 또는 마른기침과 함께 목 이물감이 주로 나타나고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거나 가래낀 듯 걸걸한 목소리 등이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조잡(嘈雜) 기수(氣嗽) 매핵기(梅核氣)라고 하는데, 위산이 역류하는 것 자체가 원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위산을 역류하게 만드는 그 어떤 기운이 바로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음식을 삼키면 그 음식물은 구강과 인두를 연이어 지나 후두상부의 후두개가 닫히면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가게 되고 그 다음 위로 들어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때 위 속에 있는 위산이 역류하여 식도와 목을 자극하여 증상을 유발하면 역류성질환이 되고, 어떤 부위를 자극하여 주증상을 나타내는지에 따라 식도염, 후두염, 인후염으로 나눠진다. 서로 인접해 위치하고 있는 만큼 함께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위산을 역류하게 하는 원인이 되는 기운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불(火)의 기운이고, 또 하나는 나무(木)의 기운이다. 역류성질환 환자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오장육부에서 불과 나무의 기운에 해당하는 장부는 심장과 간, 담(쓸개)이다. 불이 위로 타오르듯 심장의 화병(火病)이 위산을 역류하게 만들거나, 목기태과(木氣太過·오행적으로 목의 기운이 항성하여 뻗어나감)로 인해 간기울결(肝氣鬱結), 간양상항(肝陽上亢) 등으로 위산이 많이 분비돼 식도나 인후부로 역류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서양의학적으로는 위 기능이 저하되거나 하부식도 괄약근에 문제가 생겨 위산이 역류하면 위산억제제(PPI)와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를 주로 처방해서 치료를 한다. 반면 한의학적으로는 위산을 과다하게 분비하거나 역류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장부의 불균형을 해소시켜주는 것을 더 중요하게 보고 역류성질환의 치료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인적인 치료가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무 대신 전체 숲을 보는 것이 한의학적 치료 원리이기 때문이다.

역류성질환을 고치기 위해선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개선도 중요하다. 과식하는 습관을 버리고 소량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야간과 함께 식후에 바로 눕거나 자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자극적인 음식이나 담배와 함께 술·초콜렛·커피 등 카페인이 많은 기호식품도 지나치면 좋지 않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안정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나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