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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심청전에 숨겨진 안과질환의 비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2-29 18:54:22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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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 심학규는 봉사가 아니었다. 오늘날 안과의사들의 진단적 기준으로 보면 그는 실명이 아니었다. 마르팡증후군과 같은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고 초고도근시(마이너스 10디옵터 이상)로 인한 합병증인 백내장이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노동력상실 90%에 해당되는, 실명에 가까운 시력인 듯싶다. 다행히 희미하게나마 보였기 때문에 '젖동냥'이 가능했다. 심청이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게 아니라 흙수저마저 빌려 태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청이는 효심이 지극한 소녀로 성장한다. 고도근시는 자녀에게 유전되는 경향이 높다. 청이가 삯바느질로 연명할 수 있었던 것도, 중상층 가정으로부터 수양 딸 영입제안을 받았던 이유도 바느질에 소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이의 빼어난 바느질솜씨는 그녀가 근시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청이는 16세가 될 무렵 몽은사 스님으로부터 공양미 삼백석이면 아버지의 눈을 보이게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 대목을 안과적으로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몽은사에는 백내장을 수술할 줄 아는 선승이 있었을 게다. 청이는 결심을 굳히고 청나라 상인에게 팔려간다. 인당수라는 물에 던져진 청이를 구한 것은 큰 연잎이었다. 연잎에 의지해 며칠을 표류하다 상인에게 구조된 후 제후에게 바쳐져 왕후가 된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을 때 심학규의 백내장 상태는 악화됐다. 불빛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뺑덕어미에게 속아 청이가 치료비로 마련해준 공양미 삼백석도 탕진해 버렸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눈 구조물의 약화를 가져온다. 결국 심학규는 완전 봉사가 되었고 백내장을 지탱하고 있는 모양소대도 대부분 약해져 있었다. 왕후가 된 청이의 소원대로 왕은 맹인 잔치를 열었고 거기서 청이는 아버지 심봉사와 감격적인 상봉을 하게 된다. 미안함과 죄스러운 마음으로 죽지 못해 살고 있던 심봉사에게 죽었다고 여겼던 딸의 목소리는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청아'라고 소리치며 다가가려는 그는 발을 헛디뎌 넘어지게 된다. 이 충격으로 간당간당하게 심봉사의 백내장을 붙잡고 있던 모양소대가 끊어지면서 백내장의 자연 탈구가 일어났다. 백내장이 사라졌으니 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요즘 언론을 통해 부모가 아이를 때려 죽이고, 아들이 부모를 찔러 죽였다는 보도가 너무 자주 나와 이제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지 못하는 소재가 될 정도다. 청이는 자기 몸을 버리는 불효를 선택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는 효를 행하려 했고 결국 그 효의 끝은 해피엔딩이었다.

병(Disease)이란 모든 생명체의 본질 중 하나일 뿐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특이성을 가진 것도 아니고, 치료하려는 노력 역시 모든 생명체의 공통된 특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병이라는 사람의 본질이 희생을 낳고 효행을 남기고 기적을 만들어 결국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된다.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렸을 때 심청전으로부터 받았던 감동이다. 이걸 모든 가족들에게 다시 읽게 하면 사건사고가 좀 줄려나.

박효순·누네빛안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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