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택 고신대복음병원 췌·담도내과 교수가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도 조영술(ERCP)을 통한 담석 제거 수술을 하고 있다.

- 과음·고령화 췌·담도 기능 과부하
- 십이지장 유두부 내 조영제 주입
- 결석 유무 진단·시술 원스톱 치료
- 악성 종양 치료에도 상당한 도움

#1. 술과 담배를 즐기는 40대 초반의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체중이 4㎏이나 늘어 얼굴이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지만 정작 본인은 기름진 음식이나 약간의 과식을 하면 명치 끝의 거북함과 함께 심한 소화불량 증세를 보였다. 결국 김 씨는 어느 날 새벽 극심한 복부 통증과 함께 구토, 발열로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다발성 담낭(쓸개) 결석과 이 중 일부가 담도로 굴러 떨어져 2차성 담도 결석이 생겨 췌장염까지 나타나는 급성 담도성 췌장염 소견을 보였다.

#2. 이순자(78) 할머니는 평소 소화가 안 돼 가족들의 권유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정상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지난달 새벽 갑자기 고열을 동반한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혈압이 낮고 의식이 흐려지며 점차 황달도 심해졌다. 검사 결과 간 내 결석 및 담도 결석이 다발성으로 발견됐고, 이 중 일부가 담도를 막아 급성 담도성 췌장염으로 진단됐다.

두 환자 모두 담도 결석을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담도염 등 폐혈증을 유발하거나 중증의 급성 췌장염으로 진행돼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응급 상황. 즉시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도 조영술(ERCP)을 통한 담석 제거 및 담도 배액술을 시행한 결과 빠른 회복을 보였다.

■ERCP, 진단과 수술 동시에 해결

췌·담도 내과는 담낭, 담도, 췌장, 유두부(담도와 췌도가 십이지장과 만나는 공통관) 및 십이지장에서 발생하는 양성·악성 질환을 다루는 소화기내과의 한 분야. 여기서 가장 중요한 장비가 바로 ERCP다. ERCP는 방사선과 내시경을 이용하는 검사로, 특수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해 십이지장 유두부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 담도 및 체도에 방사선 조영제를 주입시켜 병의 유무와 치료를 하는 데 효율적인 특수치료기법이다. 특히 담도나 췌도 내 결석 유무의 조기진단에 강점을 보인다. 지금까지 이 부위의 질환 유무는 복부초음파와 복부CT 검사가 이용됐지만 진단에 한계가 있었다. 수술 또한 개복이나 복강경이 주로 이용됐지만 ERCP가 나오면서 진단과 함께 시술까지 한꺼번에 해결하게 됐다.

췌·담도 질환의 증가 추세는 ERCP 시술 건수로 간접 평가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0년 전 시술건수가 연간 100회 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연간 1000회 이상으로 10배가량 급증했다.

그렇다면 최근 췌·담도 질환이 왜 폭발적인 증가를 보이는 걸까. 답은 췌·담도 구조와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췌장과 담도, 담낭은 서로 형제 같은 기관으로, 매우 근접한 위치에 있으며 유두부라는 구멍을 통해 십이지장에서 만난다. 간에서 생성되는 담즙은 담도를 통해 십이지장으로 나오며, 지방을 분해하고 소화시키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물질이다. 위장의 뒤 즉, 우리 몸의 등 가까이에 위치한 췌장은 여러 가지 소화효소인 췌장액을 분비해 소화를 돕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만들어 혈당 조절에 관여한다.

최근 과음, 과식, 비만 등이 늘어나고 고령화에 따른 췌·담도 기능에 과부화가 걸리고 동시에 ERCP 같은 우수한 해상력을 지닌 영상학적 특수장비의 발달로 이전에 발견하지 못한 췌·담도 관련 질환이 조기에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악성 종양치료에도 효과 입증돼

급성 췌장염은 알코올 과다 섭취로 인한 알코올성 급성 췌장염과 앞서 언급한 두 환자처럼 담도 결석에 의한 급성 담도성 췌장염으로 크게 구분된다. 후자는 응급 내시경적 처치가 요구되는데 반해 전자는 금주, 금식, 수액 투여 등 보존적 치료가 요구된다. 경증인 경우 3, 4일 정도의 입원 치료로 빠른 호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단이 늦어지거나 처음부터 중증으로 나타나는 경우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한다.

췌담도내과 치료의 핵심인 ERCP는 최근 췌장암, 담도암 등 악성 종양 치료에 있어 내시경적 접근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박은택 고신대복음병원 췌·담도내과 과장은 "종양이 많이 진행돼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내시경을 이용, 국소적으로 직접 고에너지를 주입하여 종양을 괴사시키는 광역동성 치료(PDT)는 효과가 입증돼 환자에게 큰 희망을 주는 치료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박은택 고신대복음병원 췌·담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