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인구 33% 보균자
- 기침·가래 감기와 증상 비슷
- 2주지속땐 검사 후 약물치료
- 소아때 BCG 예방 접종 필수

지난해 부산의 한 병원에서 유치원생이 집단으로 결핵검사를 받았다. 같은 유치원에서 폐결핵에 걸린 어린이가 확인돼서다. 관할 보건소와 해당 병원에선 비상이 걸렸다. 강한 감염성을 지닌 결핵은 호흡기를 통해서만 전염되므로 사전 예방이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이다.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3% 정도가 결핵보균자이다. 한국의 경우 과거 결핵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국가로, 지금까지도 국민의 3분의 1이 잠재적 발병 가능성이 있는 결핵보균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보건복지부와 대한결핵협회의 대대적인 퇴치사업으로 증가세를 보이던 결핵 신환자 수가 2013년 3만6089명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했지만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2013년 질병관리본부의 'OECD국가 결핵 현황'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가입 34개국 중 결핵 발생률 및 유병률, 사망률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결핵약에 내성이 생겨 약이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환자수까지 1위를 차지해 OECD국가 중 '결핵 4관왕'이라는 불명예를 얻어 국가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부산은 6대 대도시 중 결핵 신환자율이 가장 높아 대책이 절실하다.

■OECD국가 중 '결핵 4관왕' 불명예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감염 질환이지만 현대의학이 발달한 지금도 그 위력은 여전하다. 증상은 호흡기 질환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잦은 기침, 가래 등으로 시작해 열이 나고 식은땀과 함께 쉽게 피로를 느끼고 체중이 감소한다. 보통 감기몸살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되레 결핵이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 심해지면 피를 토하거나 가슴 통증, 호흡 곤란으로 이어진다. 대개 2주 이상 기침과 가래가 지속되고 약을 먹어도 소용없을 때 결핵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보통 결핵이 폐질환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은 데 결핵은 폐뿐만 아니라 흉막, 림프절, 척추, 뇌, 위장, 신장 등 인체 전 기관에서 발병할 수 있다.

결핵의 원인은 결핵균 감염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에이즈, 만성신부전, 당뇨, 영양실조, 저체중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보통 폐결핵의 경우 흉부 X레이검사와 객담(가래) 도말검사, 객담 배양검사 등 결핵균 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결핵은 예방이 쉽지 않다. 보통 결핵환자와 접촉한 30%가 결핵균에 감염되고 그중 10% 정도가 발병한다. 따라서 전염성 결핵 환자를 조기 발견하고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생후 1개월 이내에 반드시 BCG 예방접종을 받도록 해 소아결핵부터 예방해야 한다. 결핵균 감염자 중 일부만 결핵이 발병하기 때문에 발병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예방적으로 결핵약을 복용함으로써 발병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온 종합병원 호흡기내과 이승훈 과장은 "결핵은 단기간에 완치가 쉽지 않고 보통 6개월 이상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며 "증상이 약해졌다고 약물치료를 중단하거나 소홀히 할 경우 결핵이 재발해 치료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어 꾸준한 투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결핵균만을 가졌다고 해서 모두 결핵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지만 체력이 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결핵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어 결핵보균자들도 사전에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면역력 약해지면 시나브로 발병

결핵은 면역력과 깊은 연관이 있어 보통 면역력이 약한 노인층에서 발병률이 높다. 하지만 최근 학업 스트레스나 다이어트, 술, 담배 등 생활습관의 변화와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인해 면역력을 떨어진 청소년과 대학생, 젊은 직장인 등에서도 결핵 발병이 급증하고 있다.

결핵 환자들은 고열량, 고단백, 고지방의 식이요법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적당한 당분과 충분한 무기질, 칼슘, 비타민 등을 고루 섭취해야 한다. 특히 계절식품을 챙겨먹고 우유 달걀 치즈 시금치 열무 새우 버섯 도라지 호두 멸치 콩 등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커피나 술은 가급적 피하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음식조절로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것보다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영양의 불균형이 없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창시절 폐결핵을 앓은 바 있는 대한결핵협회 정근 회장은 "결핵 퇴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결핵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과 함께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며 "결핵협회는 정부와 국가결핵관리종합계획을 수행해 보건취약계층에 대한 검진을 확대하고 필요한 역학 자료와 전문적인 교육훈련을 수행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움말=이승훈 온 종합병원 호흡기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