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이 시대 청년들은 나약함을 실감하고 실의에 빠지게 된다.

# 기회라는 이름의 열정페이…우리사회 일그러진 시대상

"열정페이 강요하는 사회에 열정이 남을 수 있을까."

부산의 한 인터넷 언론사에 수습기자로 입사했던 A(25) 씨는 며칠 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 사측에 물어보니 A 씨의 신분은 '자율사업소득자'였다. 채용 전 안내받은 사실과 달리, 6개월 동안 평가를 거친 후에야 근로계약서를 쓸 수 있다고 했다. 급여도 4대 보험이 포함되지 않은 77만원에 불과했다. 아침 6시 출근해서 자정까지 취재, 광고영업 등의 고된 업무가 주어졌지만 사측은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기자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이러한 고용형태가 기자가 되기 위한 관문이란 것이다.

	고용노동부 부산동부지청을 찾은 한 학생이 취업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인턴은 '인(in)' 했다가 '턴(turn)'해서 오는 것?"

다수의 회사들이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겠다며 과도기적 노동기간(인턴기간)을 두지만, 정규직 전환 비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기구(OECD)의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비교'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이 첫 직장을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시작하는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11.1%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턴은 '인(in)' 했다가 '턴(turn)'해서 오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취업준비생에게 열정적으로 일할 기회를 줬다는 이유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 행태를 꼬집는 '열정 페이(Pay)'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그 부당함에 맞서는 개인의 미미한 저항을 기업은 기계적 대응으로 차갑게 눌러버린다. 현실의 벽에 선 개인은 스스로의 나약함을 실감하고 회사에 순응하는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돕는 청년들의 움직임"

	시내 한 대학 취업정보실을 찾은 학생이 기업별 모집 공고를 보고 있다.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모순된 현실을 바꾸고자 '청년 유니온'이 결성되었다. 청년 유니온은 과도기적 고용형태의 노동자 편에 서서 '열정페이'를 공론화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패션노조와 함께 '2014 청년착취대상'을 수여한다며 '패션업계 부당노동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력을 착취하는 현실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기업들을 블랙기업으로 규정, 공개하고 임금체불 등에 대한 전문적인 법률 조언과 노동상담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열정 페이를 강요받는 현실에서 '진정한 경제발전은 양적 성장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이라는 197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의 말을 되새겨 본다.

부경대학교 공가영

	해녀 탈의장으로 사용되는 컨테이너 옆은 물에 젖은 해녀들의 장비를 말리는 곳이다.

# 바다와 자식 밖에 모르던 해녀…늙고 병들어 물질 명맥 끊길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업(業)이 생겨나고 없어지고도 한다. 해녀 또한 급격한 고령화와 바다 오염으로 인한 수산자원 감소로 얼마 지나지 않아 자취를 감추게 될 지도 모른다. 현재 제주 지역에서는 해녀 문화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주도가 아닌 부산에도 부산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 온 해녀들이 있다.

	공씨 할머니가 물질을 하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정문 방파제 옆 낡은 컨테이너는 해녀들이 물질을 준비하는 곳으로 몇 년 전 만해도 30여명의 해녀들이 있었지만 이젠 4명뿐이다. 지난 13일 홀로 물질을 하던 올해 78세인 공씨 할머니를 만났다. 공씨 할머니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해 온 물질이기에 고무 옷을 입고 해양대 앞바다로 들어간다. 한 번 작업을 시작하면 4~5시간 정도 물에 머문다. 일 년 내내 채취 가능한 해산물이 있는가하면 군소, 해삼, 미역 등 계절에 따라 찾을 수 있는 종도 있다.

미역을 채취하고 돌아온 할머니에게 기자가 음료를 건넸다. 담소를 나눈 후 왜 혼자 물질을 하셨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이젠 우리가 많이 남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어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 몸이 쉽게 다치고 아프다"며 "지금도 2명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말끝을 흐린다. 현재 '막내' 해녀가 69세인만큼 네 분 모두 연세가 많다. 할머니는 "평생 물질로 자식 공부시켰고 먹고 살았다. 이제 80이 되면 물질을 그만 둔다"며 고무 옷을 만지며 미소 짓는다. 머지않아 해양대 앞바다 뿐 아니라 부산에서 해녀의 존재가 추억 속에만 남게 되지 않을까.

	해녀 공씨 할머니가 채취한 미역을 정리하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문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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