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신호가 달팽이관 자극해 소리 전달…수술 후에도 언어·청각 재활훈련 필수

정모 씨 부부의 2살 난 아들 성민이는 또래에 비해 언어 발달이 늦고 소리에 둔감해 집 근처 이후인후과에 갔지만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진을 받으라는 말만 들었다. 성민이는 대학병원의 소아과와 이비인후과에서 난청으로 진단받고 인공 와우(달팽이관) 이식수술을 받았다.

40대 후반의 김모 씨는 시끄러운 작업환경에서 22년간 일을 하다 보니 10년 전부터는 듣는 데 문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점차 옆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청각장애 판정을 받고 보청기를 착용했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워 사용하지 못했다. 2년 전부턴 이명(耳鳴)현상까지 동반돼 직장생활도 어려워지고 친구관계도 소원해졌다. 결국 병원을 찾아 인공 와우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난청의 종류 중 청신경이나 달팽이관 안의 청감각세포 손상이 있는 감각신경성 난청(양쪽 귀의 순음 평균수치가 60dB 이하)의 경우 치료나 회복이 불가능하다. 의료선진국의 경우 인구 1000명당 1~3명 빈도로 이러한 선천성 중증 감각신경성 난청이 보고된다. 정상 청력으로 태어난다 해도 난청의 가족력, 주산기(출생 전후기) 감염, 두개안면 기형, 두부외상 등 난청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을 땐 6세 이전에 난청이 나타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난청 환자가 2008년 22만2000명에서 2013년 28만2000명으로 연평균 4.8%씩 증가했다.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의 난청의 진단 빈도가 늘고 있다.

■귀안에 작은 고성능 컴퓨터 이식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은 보청기로도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 달팽이관 속 세포들의 역할을 대신할 인공 와우를 삽입, 전기 자극을 통해 소리를 전해주는 시술이다. 수술 대상은 2세 미만 영아의 경우 양쪽 귀가 90dB 이상의 소리를 들을 수 없고 3개월 이상 보청기를 사용해도 청각기능 발달에 진전이 없을 때와 2세 이상의 소아와 성인은 양쪽 귀가 70dB 이상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경우이다.

이 수술은 작은 고성능 컴퓨터를 귀에 이식하여 전기신호가 달팽이관을 자극해 소리가 전달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인공 와우 이식기의 내부장치를 측두골(옆머리뼈)에 잘 위치시키고 귀 뒤쪽 유양돌기를 열어 달팽이관을 노출시킨 후 전극을 삽입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방사선 및 전기적 신경반응 검사 등을 통해 삽입된 전극이 제자리에 자리를 잡았는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수시로 확인한다. 전신 마취 하에 시행되는 수술은 3~5시간 정도 걸리며 수술 후 일주일 정도 입원한다.

현재로선 인간의 감각을 복원할 수 있게 개발된 신경 보조장치 중 가장 성공적인 장치이다. 국내에선 2005년부터 이 수술이 건강보험급여가 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술 후 맵핑 및 재활훈련 받아야

	인공 와우 이식 수술 후 찍은 X레이 사진.

수술을 했더라도 정상인처럼 바로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귀에서 '찌지직' 하는 소음과 기계음이 자주 들린다. 해서, 전문 청각사와 언어치료사로부터 소리를 조율하는 '맵핑' 치료와 언어 및 청각 재활훈련을 받아야 한다.

보통 수술 한 달 뒤 전문 청각사가 조율을 시작한다. 달팽이관에 이식된 전극을 자극, 소리의 정도를 조절해가며 환자에게 편안한 소리의 상태로 인공 와우기를 조정한다. 수술 후 들리는 소리는 일반인들이 듣는 그것과는 다르게 인식되므로 언어치료를 통해 인지하는 훈련을 받는다. 언어습득 전 청력 상실이 있었던 어린이는 여기서 말을 배우고 발음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통상 주 1~2회 실시하며, 맵팽만 필요한 성인은 6개월~1년, 어린이는 1~2년 걸린다.

정 씨 부부의 경우 처음에는 몹시 주저했지만 청각을 회복해야 모든 뇌능력이 발달할 수 있다는 의사를 권유를 받고 아들 성민이의 수술을 결정했다. 성민이는 장기간 언어 재활치료를 받고 5세가 된 지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친구들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어 일반 초등학교에 진학시킬 계획이다. 김 씨도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고 지금은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거의 사라져 직장에서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이환호 이비인후과 교수는 "어릴 때의 난청은 언어 및 지능발달, 친구 관계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조기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인성 난청이나 사고, 장치 소음 노출 또는 이유없이 청력을 잃은 경우에도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이 일상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도움말= 이환호 고신대복음병원 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