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원하이키한의원 심재원 원장이 성조숙증 문제로 내원한 여아를 진료하고 있다.

- 여아 만 8세· 남아 만 9세 이전
- 2차성징 땐 성장판 일찍 닫혀
- 예상키보다 5㎝ 적게 크거나
- 정서적 혼란 겪을 수 있어

- 혈액·호르몬 검사로 증상분석
- 억제약 처방해 사춘기 지연
- 키 키우기 효과는 오해

초등학교 2학년인 딸 아이가 지난해 겨울방학 하던 날 담임선생님께서 부모님께 전해드리라며 편지봉투를 하나 건넸다. 딸이 신체적으로 친구들보다 성숙해져 있는 것 같다며 병원을 찾아 상담을 해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또래보다 약간 크고 영양상태가 좋은 딸 아이의 가슴에 몽우리가 생긴 걸 보긴 봤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라 서로 바쁜 데다 외동딸이어서 비교할 대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긴 터였다.

■몸의 고장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

성조숙증이었다. 매년 40% 이상 증가율을 보이는 성조숙증은 아이의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는 현상이다. 아직 성장해야 할 시기인데 너무 일찍 2차 성징이 나타나 성장판이 조기에 닫혀 성장이 더딜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자 아이의 경우 만 8세 이전에 성징이 나타나면 성조숙증, 만 8~9세에 성징이 보이면 조발사춘기 또는 다소 빠른 사춘기라 한다. 정상적이라면 만 9세부터 성징이 나타나며 이때부터 생리가 시작하는 만 11세까지 2차 급성장기를 맞게 된다. 결국 만 9세 이전에 성징이 나타나면, 빨리 나타나는 만큼 급성장하는 시기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증상으론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고 젖꼭지가 커진다. 여드름이나 피지 분비가 보인다. 음모는 중기쯤에, 초경이나 겨드랑이털은 사춘기가 제법 진행한 후반에야 나타나는 현상이다.

남자 아이는 만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성조숙증이라 한다. 고환이 커지고 음경이 굵어지고 색깔도 짙어지고 음모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주 증상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나 성장촉진 전문 한의원을 찾아야 한다.

성조숙증은 식생활 변화로 인한 체중 증가, 유전, 정서적 문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호르몬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별한 원인 질환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몸의 고장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기 때문에 진단에 맞게 맞춤형 진료가 필요하다.

인제대백병원 정우영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조숙증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과잉 성장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만큼 조기 발견 후 즉시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재원하이키한의원 심재원 원장은 "성조숙증의 문제점은 방치할 경우 예상키보다 5㎝ 정도 작아진다는 점과 너무 빠른 초경 등 신체적 변화로 인해 정서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성호르몬 활동 조절, 치료 관건

체질과 체형검사를 하고 있는 여아.

병원에 가면 우선 가슴 발달 여부, 고환 크기, 음모 여부, 뼈나이 측정과 같은 기본 검사로 성조숙증 유무를 확인한다. 겉으로 나타난 현상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혈액 검사와 호르몬 검사로 2차 성징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분석해 치료에 들어간다. 한의학의 경우 이러한 검사를 전문 임상검사센터에 의뢰해 결과를 얻는다.

치료는 키성장 치료와 성호르몬 억제 치료에 주안점을 둔다. 키는 성장호르몬에 의해 60%, 성호르몬에 의해 40% 정도가 좌우된다. 성조숙증은 성호르몬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발생하는 것이어서 결국 치료는 성호르몬의 활동을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에 달려 있다. 간혹 뇌하수체에서 성호르몬의 활동성 분비에 의한 성조숙증일 경우 이를 억제하여 사춘기를 지연시키는 약제를 4주 간격으로 주사, 치료해야 한다.

한의학의 경우 최근 여러 한약을 조합해 만든 한약물질들을 활용한다. 이는 성호르몬 억제 물질을 활용, 사춘기를 지연시키면서 성장호르몬과 성장판 활성도를 증가시키는 성장촉진 물질을 사용하여 키성장을 돕고 있다.

항간에선 성조숙증 조절과 키 키우기 효과를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잦다. 정우영 교수는 "진료를 하면서 부모들이 이 점에 대해 가장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한 후 "어떤 경우든 성조숙증 치료 자체만으로는 키를 키우지 못하며, 이는 성장판의 조기 폐쇄의 속도를 일부 조절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성조숙증의 경우 여아 만 9세, 남아 만 10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

도움말=인제대백병원 정우영 소아청소년과 교수·심재원하이키한의원 심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