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성모병원 김성미 신생아 집중센터 과장이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이른둥이를 진찰하고 있다.

- 37주·2.5㎏ 미만 신생아 출산율↑
- 면역력 약하고 각종 질환에 노출
- 인큐베이터서 고가 치료 불가피

- 퇴원해도 수년간 병원 다녀야 해
- 부모 대부분 적금해지·은행 대출
- 치료실 태부족 원정 치료도 많아

출생아 수가 매년 줄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를 독려, 출산장려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건 대증요법일 뿐이다. 미미한 효과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젊은 층의 실업률은 높아만 간다. 백수에게 결혼은 언감생김. 취직이 늦으니 결혼도 늦다. 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만혼이다 보니 노산이고, 그러다 보니 조산의 확률의 높다.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른둥이(미숙아)의 잣대인 임신 37주 미만의 신생아 출산율은 2000년 3.8%, 2002년 4.4%, 2005년 4.8%, 2008년 5.6%, 2010년 5.9%, 2012년 6.3%로 증가하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치료 노하우가 쌓이면서 1㎏ 미만의 이른둥이 생존율이 1980~90년대의 10%에서 최근에는 70% 정도에 이른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문제는 치료비. 이달 초 우즈베키스탄 여성이 임신 25주 만에 삼둥이를 낳아 부산대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하루 100만 원 안팎의 치료를 한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이를 잘 대변해준다.

■정부 지원 현실과 괴리

29주 만에 태어난 부산의 세 쌍둥이(740, 790, 1240g)의 생후 3일 째 모습. 이들이 최근 돌을 맞아 건강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위쪽부터).

정부의 이른둥이 지원책은 부족한 데다 현실과 괴리돼 있다. 임신 37주 미만 또는 2.5㎏ 이하로 출생한 신생아 중 출생 24시간 이내 치료를 필요로 하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입원한 경우만 적용된다. 그것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50% 이하만 치료비 일부를 지원받을 뿐이다.

이른둥이는 모든 장기가 온전히 성숙되기 전에 태어난다. 면역력이 약하고 호흡기계·심혈관계·소화기 등과 관련된 각종 질환에 노출돼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고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부산성모병원 김성미 신생아 집중센터 김성미 과장은 "이른둥이들은 퇴원 후에도 만성폐질환, 성장 지연, 호흡기질환, 탈장 등 다양한 질환 치료를 위해 한 달에 두세 번 이상 병원을 찾아야 하며 동시에 일주일에 수차례 재활치료도 병행해야 돼 생존 후 2, 3년은 의료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과장은 최근 5년 만에 대부분의 치료를 끝낸 30대 후반의 이른둥이 쌍둥이 엄마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그는 임신 28주 만에 1.1㎏, 0.9㎏ 쌍둥이 여아를 낳았다. 둘째는 동맥간개존증 수술, 첫째는 뇌실이 커져 션트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첫째는 3개월 후 퇴원했지만 둘째는 인큐베이터가 좁을 만큼 자랐지만 호흡이 약해 인공호흡기를 떼지 못하다 6개월 만에 병원문을 나섰다. 퇴원 후에도 호흡 곤란으로 몇 번씩 깨 병원을 찾았다. 이후 첫째는 션트수술을 한 번 더 받았다. 두 아이는 수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5살이 돼서야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김 과장은 "옆에서 본 부모의 희생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이 부담한 치료비는 상당해 은행대출을 많이 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대한신생학회가 지난해 9월 이른둥이 부모 2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른둥이 10가정 중 6가정(60.2%)은 신생아 집중치료실 퇴원 후 치료비 충당을 위해 가족 또는 지인에게 빚을 지거나 적금 해지, 금융대출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동남권 신생아 집중치료실 부족

부산에는 부산성모병원, 인제대백병원(개금·해운대), 부산대병원(아미동·양산), 동아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좋은문화병원, 일신기독병원 등 9곳이 122병상을 갖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2014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에 1차로 부산성모병원·해운대백병원·동아대병원, 2차로 부산대병원·좋은문화병원이 각각 선정돼 5병상씩을 지원받아 올해부터 147병상으로 는다. 경남(삼성창원병원 경상대병원) 울산(울산대병원)도 병상이 모자라 울산 경남과 심지어 경주에서까지 부산을 찾기에 신생아 진중치료실은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각 병원의 사회사업과에서 독지가들과 연결해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부산성모병원 사회사업과에선 하트하트재단과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등의 도움을 받아 5000만 원 이상의 보조를 받았고, 퇴원 후에도 꾸준히 도움을 주고 있다.

김 과장은 "이른둥이는 생후 2, 3년을 적극 돌보면 대부분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실성 있는 정부 지원과 독지가들의 도움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투자"라고 말했다.

도움말=김성미 부산성모병원 신생아센터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