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역력 저하로 한쪽 얼굴 마비
- 3년간 매해 환자 1.5% 증가
-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발병
- 3주내 양·한방 치료해야
- 외관상 후유증·재발 막아

40대 초반의 영업맨 최모 과장. 그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지난해 11월 중순 어느 날 아침, 양치질 중 물을 머금는 순간 한쪽 입가로 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현상을 경험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입을 오므리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일순간 당황한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자세히 봤다. 이미 한쪽 얼굴이 일그러져 있고 눈과 입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한쪽으로 쏠려있었다.

한방에서 이 같은 증상을 구안와사(구안괘사) 혹은 와사풍이라 한다. 흔히 '입 돌아가는 병'으로 잘 알려진 이 질환은 양방에선 얼굴 신경이 마비돼 안면신경마비라 진단한다. 통증이 없다는 점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발병 후 골든타임은 3주

구안와사 환자에게 침 치료를 하는 삼세한방병원 안창범 병원장.

구안와사는 크게 사지 장애를 동반한 뇌졸중(중풍) 등으로 발생하는 중추성과 완치 가능한 말초성으로 나뉜다. 중추성은 외형상 확연히 표가 나 대부분의 구안와사는 말초성으로 보면 된다. 발병 원인은 현재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스트레스 피로누적 등 복합적인 이유로 면역력이 저하됐을 때 바이러스 등의 나쁜 기운이 침범해 안면의 한쪽에 마비가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러한 원인을 특별히 규명할 수 없는 경우를 '특발성 얼굴 마비' 또는 '벨 마비'라 하며, 이 경우가 가장 많다.

과거에는 겨울철에 50~60대 노년층이나 산모에게 자주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계절과 관계없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면역력이 극히 낮을 경우 여름철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구안와사로 치료 받은 환자(양한방 통합)는 매년 18만~19만 명 안팎으로 약 1.5%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26%로 가장 많지만 60대(19%) 40대(18%) 70대(14%) 30대(11%) 20대(6%) 10대(3%) 10세 미만(1%)로 전 연령대에 걸쳐 골고루 발생하고 있다.

치료는 발생 초기 3주가 골든타임이어서 처음부터 양·한방 협진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초기 일주일 정도 입원, 집중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이다. 안면신경의 염증과 부기를 줄이기 위해 스테로이드라 불리는 부신피질호르몬제와 항바이러스제도 동시에 투여하면 효과적이다.

한방치료의 경우 침, 뜸, 약침 등이 있다. 침은 기혈을 조절하고 뜸은 순환을 돕는다. 증상에 따라 한약재를 농축멸균한 약침액도 주입한다. 혈자리를 풀어주고 마비된 얼굴 근육의 재활을 도와주는 전기자극 등의 물리치료도 도움이 된다. 한약도 효과적이다. 회복이 더딜 경우 인체 내 지속적인 자극효과를 주기 위해 약실을 삽입하는 매선치료도 할 수 있다.

치료가 잘 될 경우 보통 3개월 정도면 완치가 가능하다. 만일 3개월이 넘어서도 효과가 없으면 치료가 어려워진다. 초기에 마비가 심하거나 급격히 진행될 경우 환자의 10~20%는 깔끔한 회복이 안 될 수도 있다.

치료 중엔 아픈 쪽 얼굴을 따뜻하게 하고 추울 땐 마스크를 착용해 찬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집에선 피부와 근육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해 마비된 근육을 손가락으로 5분 정도 부드럽게 마사지하면 도움이 된다.

■완치 안 될 땐 후유증 유의

치료 도중 외관상으로 확연한 회복세를 보인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면 후유증이 남는다. 이는 치료를 제대로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면이 떨리거나 웃을 때 눈이 감기거나 눈을 깜빡일 때 입이 움직이는 것이 후유증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는 안면근육 운동치료를 통해 상당히 치료될 수 있으며, 이후 신경전도 검사나 근전도 검사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삼세한방병원 안창범 원장은 "구안와사는 심각한 미용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므로 양·한방 협진을 통해 후유증 발생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도움말= 삼세한방병원 안창범 병원장·코아이비인후과 조범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