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잘 알고 지내는 유명 호텔의 총지배인. 그녀는 직원들의 생일이 되면 반드시 직원들이 일하는 호텔식당에서 맛있는 밥 한 끼를 사준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늘 손님 옆에 선 자세로 메뉴판을 전달하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전달하는 일상적인 일들을 서 있는 종업원이 아니라 자리에 앉아있는 손님이 되어 메뉴판을 전달받고 주문을 하고 음식을 전달받으며 어떤 시선과 눈높이, 어떤 태도와 자세가 감동을 주는지를 스스로 체험하라는 상사로서의 말 없는 가르침이었다. 이런저런 일을 단순히 지시하거나 바르지 않다고 추궁하는 냉정한 훈계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쳐 알도록 한다는 상사의 교육. 진정한 감동 리더십이다.

비행기에서 승객을 대하는 서비스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항공사 경영자가 고함치며 비행기의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는 이른바 '땅콩 회항' 문제가 연일 시끄럽다. 회사경영자가 자사 항공기의 서비스를 지적할 수는 있다고 해도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자신의 직권을 이용해 비행기 이륙을 지연시키면서까지 사무장을 내리게 한 처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가 지나쳤지 싶다.

정치학개론 시간에 처음으로 배운 내용은 이후 보이지 않는 가르침이 되어 사회생활을 종종 돌아보게 해 주었다. 교수님은 진정한 정치가는 '권력'과 '권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사전적 의미로 '권력'이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으로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가지는 강제력이다. 반면 '권위'는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으로써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신이다.

'권력'이 '이끌어가는 리더십'이라면 '권위'는 '따라오게 하는 리더십'이다. 무릇 정치가는 권력으로 다스리지 말고 권위로써 따라오게 해야 한다던 교수님의 가르침은 그 후에도 직장생활에 소중히 적용되었다. 승진을 하고 간부가 되면서 흔히 '계급이 깡패'라는 직장생활 속에서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가 나름 고민이 많았다.

직급으로 무장한 권력의 칼날은 관계에 상처를 남긴다. 막말 파문으로 물의를 빚고있는 모 교향악단 대표와 단원의 갑을 관계, 성추행 사건으로 얼룩진 교수와 대학원생의 갑을 관계. 이 모두가 잘못된 권력남용이 불러온 상처들이다. 그것은 힘이 아니라 횡포이며 결코 리더십이라 말할 수 없다.

중간관리자가 된 이후 가끔 아랫사람의 빈 책상에 슬쩍 앉아보는 일이 잦다. 상석에 앉아 그들을 내려다볼 때와 사무실을 보는 각도가 달라진다.

그들의 책상은 아직 좁고 상사와의 거리는 확연히 멀지만 속삭이는 동료들과의 친밀감은 그 자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든든한 동지애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 세상을 마주하면 생각지 못했던 과거 속에서 이제 다시 눈여겨 봐야 할 것들이 펼쳐진다.

권력과 권위의 진정한 리더십을 떠올려보는 오늘, DJ Doc의 노래 한자락에 활짝 귀를 열어본다.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 /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 연봉이 내 명함이고 차가 내 존함이고 집이 내 성함이고 /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 흥얼흥얼 따라 하며 바라본 세상은…. 참 서글프다.

유정임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