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가정서 의자 앉는 시간 많아
- 하루 6시간 이상일땐 사망 위험↑
- 체내 대사활동 감소·피로도 가중
- 비만·전립선·당뇨 등 질병 가능성

직업 운전기사인 황모(54) 씨는 최근 들어 몸무게가 10kg 이상 늘어나 고민스럽다. 특히 아랫배가 계속 나오고 소화도 잘 안돼 항상 속이 더부룩한 편이다. 소변 보는 것도 예전 같지 않게 힘들다. 회사원 임모(38) 씨는 사무실에 앉기가 두렵다. 허리가 쑤시는 요통 때문이다. 목과 어깨도 늘 뻐근하다. 일과를 마치면 온몸의 근육이 뭉쳐 욱신거린다.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는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직장에서도, 퇴근 후 집에서도 주로 앉아서 지낸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부민병원 척추센터 김우철 과장의 도움말 등을 통해 장시간 앉는 습관의 위험성, 그리고 관련 질환 등에 대해 알아봤다.

이런 습관이 초래하는 질병은 좌식 질환(Sitting Disease)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하다. 미국 암전문가 알파 파텔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 6시간 이상인 사람은 3시간 미만인 사람보다 사망위험이 여성은 평균 37%, 남성은 평균 18% 높았다.

우선 장시간 앉아 있으면 체내 대사활동이 감소하게 된다. 인슐린 관련 세포의 활동이 둔해지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체내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또 칼로리와 지방 소모가 낮아 비만 위험이 올라간다.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대사증후군(고혈압 고지혈증 복부비만 동맥경화증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액 순환도 마찬가지다.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다리 쪽을 순환하는 혈액이 정체되고, 심하면 혈전(핏덩어리)이 생길 수 있다. 앉아있는 동안에는 혈전을 넓히는 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서다.

특히 중년 여성들은 조심해야 한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이 폐경 이후 중년 여성을 12년간 관찰한 결과, 하루 11시간 이상 앉아서 지내는 중년 여성은 4시간 이하인 여성보다 12%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확률은 27% 높게 나왔다.

남성에게 좌식 습관은 전립선에 좋지 않다. 앉은 자세는 회음부를 압박해 혈액 순환을 저해하고 전립선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오래 앉아 일하는 남성일수록 전립선샘이 막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장기간 앉는 운전기사 등에게 전립선 질환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척추와 관절이 경직되면서 근골격계 질환 가능성이 높아진다. 척추는 앉아있을 때 감당해야 하는 하중이 서 있을 때보다 약 1.5~2배 많다. 더욱이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엉덩이를 의자 끝에 걸치거나 등이 굽은 모양 등으로 모니터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나쁜 자세가 굳어지면 허리디스크나 척추가 휘는 척추측만증·후만증 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양반다리 자세로 오래 앉아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릎의 구부러진 각도가 커서 심한 하중을 주고, 이로 인해 연골손상과 퇴행성관절염 위험이 높아진다.

이처럼 장시간 앉아 있는 근무형태의 악영향에 따라 최근 일부 기업체 사무실에서는 서서 일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김우철 과장은 "특히 오래 앉아 있다가 다리를 꼬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몸통 양쪽의 복사근을 불균형하게 사용함으로써 몸이 비대칭으로 변한다. 아울러 골반과 요추를 무리하게 회전시켜 허리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 허리 펴고 바른자세로 착석…틈틈이 걸으며 예방

- 하루 30분 산책 혈액순환에 도움
- 소파처럼 푹신한 의자는 피해야

업무 특성상 앉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틈틈이 일어서 움직이는 게 좋다. 1시간여 간격으로 일어나 가볍게 걷고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다.

하루 30분 이상 힘차게 걷는 것은 고혈압, 심장질환 등 순환계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반신을 많이 움직일수록 뇌를 자극해 노화를 막을 수 있다. 특히 걷기 운동은 혈당과 중성지방을 낮춰주고 비만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엉덩이가 의자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상태에서 발은 바닥에 닿고 등받이를 기울이는 각도는 100~110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등·허리는 의자 등받이에 붙이듯이 바짝 기대어 편다.

특히 소파처럼 너무 푹신한 의자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낫다. 이런 의자는 앉았을 때 바닥이 고정되지 않고 몸이 흔들려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다. 의자를 고를 때는 내장재가 단단한 것을 택해서 몸의 균형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발받침대를 사용하면 무릎이 엉덩이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정상적인 척추 만곡이 소실될 수 있으므로 장시간 사용은 피하는 게 현명하다.

그리고 비교적 짧은 거리는 걷는 것이 좋으며,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인은 점심시간에 20~30분 정도 산책하는 것도 건강관리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