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봉생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장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김원묵기념 봉생병원이 800번째 신장이식 수술을 성공리에 마쳤다. 1995년 첫 신장이식 시행 이후 19년 만이고, 부산 경남지역에서 800례 수술 달성은 최다 기록이다. 봉생병원의 800번째 신장이식 수술 환자는 말기 신부전으로 4년째 복막투석을 받아오던 50대 남성. 그는 지난 14일 봉생병원 자체 뇌사 장기기증으로 신장을 이식받은 뒤 회복 중이라고 병원 측은 25일 밝혔다.

봉생병원은2012년 한국장기기증원(KODA)과 업무협약 체결에 따라 원내 환자들 중 뇌사 기증자 발생 때 기증자를 뇌사자관리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원내에서 장기 기증·적출까지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뇌사자 공여 신장이식은 공여자가 뇌의 모든 기능을 상실해 자발적인 호흡이 불가능한 뇌사상태일 때 진행하는 것이다. 뇌사 판정은 신경외과 전문의가 1차 조사 후 신경과 전문의의 2차 조사가 이뤄진다. 그런 뒤 뇌파검사에서 평탄뇌파가 30분 이상 지속될 경우 봉생병원 뇌사판정위원회가 소집돼 뇌사판정위원 과반 수 이상 참석에서 만장일치가 되면 뇌사로 판정해 장기를 적출하게 된다.

봉생병원의 800례 수술는 생체 신장이식 710건(89%), 뇌사자 신장이식 90건(11%)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은 현재까지 49례가 시행됐다.

성별로는 남성 56%, 44%의 분포다. 생존율은 5년 이식신이 96%, 10년 이식신은 86.5%에 이른다. 봉생병원은 800례 달성을 기념하고 부산지역 이식학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올 12월 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신장이식에는 보기 드문 사연이 있었다. 병원에 따르면 신장 기증자는 뇌사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A(70대) 씨였고, 신장을 이식받은 이는 그의 장남이었다. 아버지의 임종과 장기기증을 앞두고 오랫동안 왕래가 드물었던 가족들이 모이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장남이 말기 신부전 환자로 투병 중인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장기기증 예정자인 A 씨에 대한 검사 결과, 간장과 좌측 신장이 기증 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가족들의 기증 의사에 따라 신장은 복막투석 중이었던 장남에게 이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