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어딘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레스토랑이 해운대에 문을 열었다. 강남점과 똑같은 인테리어가 자랑거리란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된 지인과 점심 약속을 하다 보니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거창하게 생긴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니 페인트칠도 마무리 안 된 것 같은 어수선한 회색 벽이 눈에 든다. 공사하다 말았나싶은 칙칙한 느낌에 한소리 보태려는데 함께 간 지인이 먼저 입을 연다. "어머! 벽 좀 봐! 참 세련되게 마무리했네…."

인테리어 전문가의 칭찬인지라 속으로 뜨끔해서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말았다. 구태의연에 발목 잡혀 사는 나의 안목을 탓해야 하는 건지 나만 두고 세련되어 가는 세상을 탓해야 하는 건지 어설픈 웃음이 났다. 다행히 음식은 맛이 좋았다. 스파게티를 비롯한 몇몇 음식을 주문했는데 접시에 담겨 나온 동글동글 구슬 모양의 음식이 시선을 끈다. 조심스럽게 맛을 보는데, 반죽으로 모양을 바꾼 구슬 스파게티란다. 길쭉한 스파게티만 연상했던 고정관념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참 재밌는 변화다. 생각은 진화한다. 진화한 생각은 삶의 모습도 다르게 만든다. 일상의 발전적 변화는 참으로 반갑고 기쁜 일이다. 그러나 변화가 무조건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교육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7월의 절반. 전국 교육감들이 새로 자리를 찾았고 이제 그 첫 달이 반쯤 흘러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로서, 특히 올해 고입과 대입을 치르게 될 두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엄마로서 수시로 달라지는 교육정책 덕분에 엄마 노릇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입시용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등 온갖 서류를 미리 써보고 고쳐보고 체험활동에 학습활동을 일일이 기록, 정리하고 이모저모 챙겨야 할 다양한 종류의 '스펙' 갖추기까지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 힘겹게 따라가고 있다. 아니, 흉내내고 있다.

채 익히기도 전에 달라지는 입학전형들의 공포와 엄마의 발품이 아이들의 미래까지 바꾼다는 사설학원의 무시무시한 경고(?)성 광고문구까지…. 자칫 시간을 놓쳤다가 아이의 원망이 된서리로 돌아올까 싶어 한숨만 늘어간다. 해방 이후 들쭉날쭉 바뀌어 온 대한민국의 입시정책을 두고 혹자는 대한민국의 입시정책 숫자와 교육부 장관의 숫자는 비례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려는 넘치는 의욕이 지나치게 남용되면서 '백년지대계'의 교육정책이 4년을 넘기지 못하는 '하다 만 계획'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부모'와 '학부모' 사이에서 진정한 '부모'의 도리를 논하는 공익 광고에 감동을 받기는커녕 도리어 화가 치밀었다. '부모'인 우리를 '학부모'로 춤추게 만들어 놓은 이 시대가 이제와서 다시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말인가?

7월. 진보와 보수를 논하며 전국의 새로운 교육감 체제가 출발했다. 교육정책에 무식한 나는 이념의 편가르기 놀이가 지긋지긋하다. 박학다식한 전문가적 지식은 없지만 아이들을 향한 열정과 관심만큼은 누구 못지 않은 대한민국 엄마다. 진정 '교육'만큼은 골병 들어가고 있는 아이와 부모들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부모'의 자세로 한편이 되어주기를 절실히 바란다.

유정임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