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절한 위치 못 찾은 잠복고환
- 신생아 100명 중 3~5명에 발생
- 치료시기 놓치는 경우 많아
- 수술 늦어지면 발육장애 생겨

- 딱딱하고 아픈 사춘기 고환염전
- 빨리 병원 찾아 골든타임 잡아야

남자 아이를 낳아 키울 때 유의해야 할 비뇨기 질환이 있다. 이른바 잠복고환과 고환염전이다. 이들 질환은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데도 부모가 잘 모르고 그냥 지나치거나 뒤늦게 대처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잠복고환

고환(불알)이 배에서 음낭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정상적 이동로 중간에 머물게 되는 것을 말한다. 고환은 정자를 만들고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으로, 고환이 음낭의 제 위치에 놓여야 제기능을 할 수 있다.

다섯 살 된 남자 아이를 키우는 김모(40) 씨. 어느날 아이의 양쪽 고환을 만져보니 한쪽이 잡히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의사에게 "생각해보니 출생 때부터 아이의 왼쪽 고환이 만져지지 않았다. 당시 주위에서 잠복고환은 기다리면 차차 내려온다는 얘기를 하길래 그대로 있었다"고 말했다. 진찰 결과, 왼쪽 고환이 사타구니 쪽에서 만져졌고 크기는 오른쪽 고환에 비해 훨씬 작았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김성철(비뇨기과) 교수는 "이 질환은 남자 아이의 외성기 기형 중 하나로, 신생아 100명 가운데 3~5명 가량에서 발견된다. 그만큼 주의해야 할 질환이다"고 말했다. 미숙아에서는 30% 정도 높게 나타난다.

보통 출생 때 음낭에 내려오지 않은 고환이라도 기다리면 제 자리에 내려오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얘기다. 신생아라도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김 교수는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몇 년 전까지는 잠복고환일 경우 생후 돌이 될 때까지 지켜보고 수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근래 연구결과로는 돌까지 내려오지 않으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또 생후 6개월과 돌까지에 별 차이가 없어 요즘은 6개월 이후 바로 수술을 하는 추세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잠복고환인데도 생후 6개월 이상까지 무턱대고 기다리지 말라는 것이라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이처럼 수술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 고환은 따뜻한 곳에 오래 머물면 발육 장애를 초래하게 되고, 매우 늦은 시기에 수술을 하면 고환을 본래 위치까지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 씨 아이의 사례처럼 수술시기를 놓치면 고환의 정상적인 발육뿐 아니라 고환을 적절한 위치로 고정시킬 기회도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점에서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시킬 때 아이의 양쪽 고환을 만져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환염전

고환이 꼬여서 혈류가 흐르지 않는 것이다. 특히 사춘기에 발생빈도가 높다. 중학생인 최모(14) 군. 사흘 전부터 오른쪽 고환에 심한 통증이 있고 계속 딱딱하게 만져져서 아버지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왼쪽 고환보다 2~3배 커져 있고 오른쪽 고환에 혈류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고환 괴사로 인해 결국 오른쪽 고환을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비교기과 영역에서 이 질환은 응급상황이다. 빠른 시간 안에 풀어주지 않으면 고환 괴사가 진행되기 때문. 하지만 통증을 참거나 숨겨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상당수 있다. 따라서 고환 통증이 있으면 즉시 병원 응급실에 가야 한다. 고환염전의 '골든타임'(치료 후 정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보통 8시간 이내로 잡는다. 12시간 이내에는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24시간 이내에는 장담할 수 없다. 24시간이 넘어가면 고환은 거의 죽었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