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활동이 많은 직장인 박모(여·43) 씨는 양쪽 무릎 아래 다리의 상당수 핏줄이 마치 혹처럼 울퉁불퉁 부풀어 올라있다. 또 이들 부위에서 욱신거리는 느낌과 통증이 나타나고 어떤 때에는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게다가 보기 흉한 모습이다. 이 때문에 박 씨는 평소 출근할 때 치마를 거의 입지 않는다. 주말휴일 집에서 잠시 외출할 때에도 반바지 또는 치마 차림으로 나가길 꺼린다.

이 같은 하지정맥류 질환은 다리가 무거운 느낌이나 몸이 붓는 증상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병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 자신이 증상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여성 환자 수가 남성의 배 이상이고, 노출의 계절인 여름에 진료인원이 가장 많다.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정맥 판막이 손상되면서 심장으로 돌아가는 혈액이 역류해 발생한다. 보통 다리에 거미줄 모양의 실핏줄이 보이거나 정맥이 밖으로 돌출되는 증상이다. 국내 진료 인원은 2009년 13만5000명에서 2013년 15만2000명으로 연평균 3.1% 늘었다. 환자의 절반이 40~50대이고, 50대에서는 70%가 여성으로 조사됐다.

이 질환은 증상이 약하면 다리의 피곤함 등의 정도만 느끼지만, 심할 때는 피부색이 검게 변하거나 궤양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에 이 질환이 많은 이유는 생리주기에 따른 호르몬 영향으로 정맥이 팽창해 판막기능에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임신 때 발생한 정맥류가 출산 후 소멸되지 않고 그대로 남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또 연령 증가로 정맥의 탄력이 줄어들면서 정맥벽이 약해져 정맥 내 판막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정맥류가 나타날 수 있다.

요즘은 20대 여성에서 진료 증가율이 높은 편인데, 이는 몸에 꽉 끼는 스키니 진이나 레깅스 착용과 관련이 있다. 의료용 압박 스타킹은 허벅지로 갈수록 압력이 줄어들고 혈액순환을 돕도록 설계된데 비해 스키니 진과 레깅스 등의 옷은 정맥 순환을 방해할 수 있다. 하이힐과 목이 긴 부츠 착용, 잦은 피임약 복용도 정맥류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치료법은 증상에 따라 다르다. 심하지 않으면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고 있거나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약물경화요법이나 수술적 절제술, 혈관내 레이저, 고주파 치료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정맥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래 서서 일할 경우 중간중간에 다리를 구부렸다 펴기를 반복하고 제자리걸음 등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면 다리 피로감을 줄이고 정맥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