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텅 비었다. 아이들이 넘쳐나야 할 교실이 썰렁하게 비어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프고 두렵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자꾸만 억장이 무너져서 TV를 껐다 켜기를 반복한다. 안 볼 수도, 볼 수도 없는 뉴스 앞에서 시간이 자꾸만 흘러갔다.

작은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어느 날. 서울로 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아이를 잃어버렸다. 아이는 바로 옆에서 엄마를 부르며 위로 올라가고 나는 그 자리에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불과 5분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이 내게는 피를 말리는 수천수만 시간처럼 느껴졌다. 머리는 텅 비어갔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흡사 미친 여자처럼 나는 목이 찢어져라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사람들을 밀치고 나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정신을 빼놓고 헤매었던 5분. 단 5분이었는데 나는 죽었다가 살아났다. 아이의 얼굴을 발견한 순간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아이는 금방 잊어버리고 내가 쥐어 준 과자 앞에서 미소를 짓는데, 엄마인 나는 찔끔찔끔 계속 눈물이 났다. 만약에 아이를 못 찾았다면 하는 끔찍한 생각은 상상만으로도 무서워 몸서리를 치게 했다.

이후로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는 한시도 손을 놓지 않았다. 반드시 눈앞에서 아이를 확인해야 했다. 그 5분의 공포는 목숨을 버리는 두려운 일과도 같았다. 말 그래도 살 떨리는 공포였다.

그랬던 아이가 훌쩍 자라 중학생이 되었다. 굳이 손을 잡고 옆에서 챙기지 않아도 이제 아이는 혼자 다닌다. 혼자서 학교에 가고 학원을 다니고 친구들과 여행도 간다. 단체로 수련회도 가고 삼삼오오 극장에도 간다. 그리고 아이는 시간이 되면 돌아온다. 다녀오겠다는 약속의 인사와 함께 집을 나서고 약속에 따라 당연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당연하게 돌아왔던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까맣게 타들어 가는 부모의 심정. 부모는 살아 있지만, 이미 죽어있다.

아침 등교 시간. 나의 애를 태웠던 그 작은 녀석이 아침 뉴스를 보며 훌쩍거리는 엄마를 안아주며 다독인다. "엄마, 왜 자꾸 울어요! 나 여기 있잖아." "그래서 엄마가 더 눈물이 나! 저 부모들은 이제 안고 싶어도 안을 수가 없잖아. 눈앞에 늘 있던 자식이 이제 더는 없잖아." 펑펑 눈물이 쏟아진다. '어떡하니!'를 연발하며 아예 나는 소리내어 울고 있다. 차가운 물속에서 그 어린 자식들은 무슨 생각으로 끔찍한 시간을 보내었을까? 생각만으로도 목이 메이고 눈가가 짓무른다.

얘들아!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약속한 수학여행이 끝났잖아! 3박4일만 다녀온다고 했잖니! 이제 그만 엄마따라 집으로 가야지! 아이들은 말이 없고 엄마는 울고 있다. 엄마도 울고 세상도 운다.

유정임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