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꽃 피는 춘삼월이다. 산과 들에는 저마다 화려한 봄꽃이 상춘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말 오전에 지하철을 타면 각양각색의 등산복을 차려입고 들뜬 마음으로 수다를 떠는 등산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 속에서 병원으로 출근을 하는 필자는 다른 세상 사람처럼 왠지 낯선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심장내과 전문의로서 그들을 볼 때 마음 한켠에는 걱정과 우려감이 피어오르기도 한다. 평소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마냥 즐겁게 산행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심혈관계 질환자가 봄의 향기에 취하다 보면 자신의 몸 상태에 맞지 않게 산행을 무리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하면 신체적 피로감이 점점 쌓이고 심장에 무리를 줘서 협심증이나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협심증은 대표적인 관상동맥질환이다. 혈관이 좁아지면서 혈액이 심장근육으로 잘 공급되지 않아 생긴다. 심근경색증은 혈관이 너무 좁아져 혈액 공급이 나쁘거나 아예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데, 사망률이 30%나 되는 무서운 병이다. 그들 중 절반 가량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사망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봄철 휴일에 응급실이 유난히 바쁜 이유 중 하나도 등산객들이나 따뜻한 날씨에 야외로 떠난 여행객들이 무리한 일정으로 심장에 무리를 주어 탈이 난 것이다. 따라서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산행 전에 반드시 자신의 몸 상태에 적합한 강도의 산행 코스를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또 산행 전에 혈압약이나 혈관확장제 등을 미리 준비하고, 동행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질병에 대해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새벽 산행은 피하는 것이 좋고, 혼자 하는 산행은 매우 위험하니 반드시 동료와 함께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등반이나 봄 나들이 도중에 갑자기 가슴 통증, 호흡 곤란 등이 나타나면 즉시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그리고 증상이 조금 호전되면 바로 하산해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휴식을 취해도 가슴이나 목, 팔 등에 조이는 느낌이 계속 있거나 뻐근함, 무거운 것에 눌리는 압박감, 화끈 달아오르는 느낌,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지속된다면 즉시 혈관확장제를 복용해야 한다. 곧이어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119를 통해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가서 응급치료를 받도록 하자.

흔히 심장질환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막힌 혈관을 뚫더라도 너무 늦으면 죽은 심장이 다시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발생한 즉시 병원을 찾아야만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즐거운 봄 나들이가 한 순간의 비극이 되지 않도록 이런 점을 반드시 유념하기를 바란다.

정상렬 온종합병원 순환기(심장)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