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출산율이 세계 꼴찌인 나라다.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가 1.2명에 불과하다. 특히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미루려는 여성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가족문제 전문가들은 가족의 중요성, 가족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적기 때문에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법으로 '가족'을 꼽고 있다. 가정이 바로 사회의 근간으로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부산시가 산하 문화·체육시설을 가족단위 고객들이 연중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가족할인 요금제를 올 하반기에 도입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가족친화 사회를 만들어야 저출산 해결

정부는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시행 첫해인 2008년 14개 기업·기관에 이어 지난해 20개 기업·기관이 새로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제는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병행'으로 근로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해 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이다.

2008년 가족친화기업으로 선정된 부산은행은 ▷임산부 출근 1시간 배려 ▷임산부와 육아휴직 복귀자 거주지 인근 지점 전근 ▷임산부 전자파 차단복 지급 등을 내용으로 하는 워킹맘 퍼스트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입행식 때 가족 초청, 주말농장 분양, 부부토킹 강좌 등 가족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가족친화 경영이 직원 만족도 향상, 이직률 감소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산시는 다음 달부터 오는 9월까지 공공기관과 종사원 50명 이상 기업체를 대상으로 가족친화 직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찾아가는 가족친화교육'에 나선다. 가족친화 교육은 총 10회에 걸쳐 ▷아버지 자격증 취득하셨나요 ▷부부관계 행복지수 높이기 ▷우리 가족과 잘 소통하기 ▷행복한 은퇴를 위한 모든 것 ▷나와 내 가족을 찾아 떠나는 여행 등을 주제로 기관기업체가 원하는 내용과 시간에 맞춰 이뤄진다. 전문 강사가 진행하며 매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해 교육의 질을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가족사랑 강좌·별보기·연극 등 다채로운 가족 프로그램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을 '패밀리 데이(Family Day)'로 지정해 운영하는 것도 저출산 문제 해결과 가족친화 사회 분위기 조성이 목적이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 민간기업의 참여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날 공무원 야근수당을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제도 정착에 정부가 적극적이다.

부산 수영구는 이달부터 관할 동주민센터, 보건소, 도서관을 포함해 600여 명의 전 구청 직원이 정시 퇴근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수영구 망미동 (주)한일씨엔에스 등 2개 기업체도 매월 한 차례 정시 퇴근을 장려하는 운동에 동참했다. 특히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구청 직원이 '패밀리 데이'에 가족과 함께 아웃백 남천점, 빕스 남천점 등 패밀리형 음식점 2곳과 소극장 AN아트홀-Red를 이용할 경우 일정 금액을 할인해 주도록 약정도 맺었다.

부산시의 건강가정지원센터 5곳은 패밀리 데이에 음식 만들기, 가족헌법 만들기, 영화보기 등 가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족관계 향상, 노후설계 교육 등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다음 달 20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가정경영 아카데미'를 연다. 다음 달 20일 전상수 부산여성개발원 원장의 '변화와 도전을 준비하는 사회 그리고 가족'을 시작으로 ▷조진표 와이즈 멘토 대표이사 ▷'나를 살린 자연식 밥상'의 저자 송학운 씨 ▷강지원 변호사 등 유명 인사들이 자녀교육, 은퇴 재무설계, 부부애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051)330-3470

극단 해오름은 가족이 함께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가족연극 교실을 다음 달 7일부터 4주간 매주 수요일 오후 7시30분 무료로 연다. 초등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몸을 부대끼고 땀을 흘리면서 역할극, 즉흥극을 통해 가족애를 키울 수 있다. 이 극단 김평삼 대표는 "가족이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며 "가족단위 문화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051)325-3223

함지골 청소년 수련관은 온가족이 별을 보면서 마술·음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일일천문 프로그램을 ▷다음 달 10일 ▷6월 12일 ▷9월 12일 ▷11월 13일 오후 6시 무료로 연다. '음악과 함께 별 헤는 밤'이란 주제로 별자리 이해, 천체망원경 조작법, 별자리 판 만들기, 계절별 별자리 관측, 국악 연주회, 마술 퍼포먼스, 통기타 연주, 칵테일쇼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다. (051)405-5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