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6경기 최악의 부침
- “토론토 동료 레이 투구 연구”
- 직구 최고 시속 151㎞ 찍어
- 체인지업 구사 비율은 줄여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또 한 번 변신에 성공했다. 주무기를 고속 슬라이더로 교체해 최근 부진을 털어내고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류현진이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MLB 정규리그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USA TODAY Sports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은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안타를 3개만 맞고,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8 대 0 승리를 이끌었다.

류현진은 지난달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51을 기록하며 최악의 부침을 겪었다. 그는 이날 덥수룩했던 수염을 깔끔하게 밀고 나왔다. 시속 140㎞대 후반을 기록하던 직구는 최고 151㎞를 찍었다. 투구 내용도 달라졌다. 직구(30구) 다음으로 많은 22개의 슬라이더를 던져 체인지업(21구)보다 더 많이 활용했다. 우타자 기준 몸쪽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고속 슬라이더 혹은 슬라이더성 컷패스트볼이었다.

류현진 최고의 무기는 체인지업이었다. 지난해 MLB 분석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이 평가한 구종가치에서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7.0을 기록해 리그 전체 3위에 올랐다. 바깥쪽에서 속구처럼 날아가다 사라지듯 뚝 떨어진다. 우타자가 속구와 이 같은 체인지업에 모두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궤적이나 제구가 다소 무뎌졌다. 구종가치도 뚝 떨어졌다. 같은 사이트가 분석한 류현진의 올 시즌 체인지업 구종가치는 -1.2로 전체 30위로 추락했다.

류현진은 팀 동료 로비 레이에게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속구와 슬라이더를 활용하는 좌완 투수 레이는 지난 7월 이후 무서운 면모를 보이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하며 이 부문 아메리칸리그 1위로 올라섰다. 류현진은 “오늘 경기를 앞두고 레이의 투구 내용을 열심히 공부했다.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 이유”라며 “슬라이더는 높게 혹은 낮게 던질 수 있는데, 낮게 던지면 상대 타자가 더 어려움을 느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1회 선두타자를 고속 슬라이더로 3루 땅볼, 후속 타자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세 번째 타자는 이날 최고 구속인 151㎞ 직구를 던져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1회를 단 12구로 마친 류현진은 2회도 뜬공과 땅볼로 끝냈다. 3회엔 첫 안타를 허용했으나 후속 타자를 모두 땅볼로 정리했다. 타자가 일순한 4회에도 삼진 2개와 내야 땅볼 1개로 깔끔하게 막는 등 6회까지 완벽투를 이어갔다.

다만 류현진은 생소한 구종을 던지다 몸에 이상을 느낀 탓에 80구만 던지고 스스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는 “평소에 안 던지던 공을 많이 던지면서 몸에 이상을 느꼈다. 무리하고 싶지 않아서 (6회가 끝난 뒤) 감독과 코치에게 이야기 하고 공을 넘겼다”며 “큰 문제는 아니라서 다음 선발 등판은 문제없다. 똑같이 준비하겠다”고 했다.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시즌 13승(8패)을 달성해 아메리칸리그 다승 단독 2위에 올랐다. 리그 다승 1위 게릿 콜(14승·양키스)과는 단 1승 차이다. MLB 개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에도 1승 차이로 다가섰다. 류현진은 2013년과 2014년, 2019년에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각각 14승씩을 기록했다. 그는 “오늘 경기는 올 시즌 들어 가장 힘이 좋았다”며 “이제 등판할 수 있는 경기가 몇 차례 남지 않았는데, 모든 타자를 상대로 집중해서 공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