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농구 입단 첫해 1부 직행
- 평균 7득점·3.8리바운드 활약
- 경기 나선 후 팀 3승 1패 호조
- “선배들 장점 모두 닮고 싶어”

“원래 상복이 없어서 신인왕에는 별로 욕심이 안 나요. 이번 시즌 팬들에게 박지원이라는 선수를 각인시키고, 부상 없이 끝마쳤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지난 14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만난 부산 kt 신인 박지원이 공을 들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지난해 남자 프로농구 신인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프로에 지명된 신인 선수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1군 데뷔를 하지 못한 선수가 수두룩했다. 올해도 즉시 전력감이 없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신인왕을 받을 만한 선수가 안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렇지만 부산 kt 소닉붐 가드 박지원(22·190.8㎝)이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박지원은 팀 합류 후 첫 경기부터 출전해 팀이 3승1패를 거두는 데 힘을 보탰다. 평균 출전시간 20분 평균 7.0득점 3.8리바운드 4.0어시스트, 0.5스틸 등으로 공수에 걸쳐 활약해 신인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다.

2018-2019시즌 변준형(KGC)이 29경기에 출전해 평균 8.3득점 1.7리바운드 2.0어시스트의 기록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경기 수에서 많은 차이가 나지만 그보다 박지원의 평균 기록이 훨씬 좋다.

지난 14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의 홈 경기를 하루 앞두고 준비 중인 박지원을 만났다.

신인임에도 혼자 골대 앞으로 돌진해 슛을 넣는 아이솔레이션을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는 “튀려고 일부러 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부터 과감하게 슛을 하려고 했고, 공격시간이 5, 6초 남았을 때 패스를 돌리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실 아이솔레이션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기회다. 동료와 감독에게 신뢰받는 선수라는 증거다.

지난 15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는 20분6초 동안 9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데뷔 후 개인 최다 득점과 개인 최다 공격 리바운드를 갱신했고, 첫 3점슛을 꽂았다. 사실 그는 ‘슛 빼고는 모든 것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슛감도 나쁘지 않았다. 박지원은 “그런 평가에 대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겨내야 한다’는 동기 부여는 된다. 단점을 극복하려고 슛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취미로 클럽 농구부를 시작했지만, 뛰어난 재능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초등학교 농구부에 스카우트돼 중·고교 때까지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냈다. 가드임에도 리바운드 실력이 출중하다. 박지원은 “프로에서 4경기밖에 안 뛰었지만 정말 플레이가 신난다. 코로나19 탓에 관중이 없어도 스케일이 다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피드백이 된다. 보는 눈이 많고 응원도 많이 해주신다”고 즐거워했다.

팀은 지난 15일 경기에서 1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직전까지 7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박지원은 “팀 분위기가 좋을 때 들어와서 기쁘다. 이런 분위기만 유지되면 정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꾸준히 응원해 주시면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상 농구선수다. 쉴 때도 농구 영상을 보며 이런저런 플레이를 구상한다. 박지원은 “특정한 롤모델은 없다. 김영환 선배를 비롯해 팀 내 모든 형이 롤모델이다. 모두의 장점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